경북지역 공원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매일 아침 산책하던 등산로가 막히고 시민과 호흡하던 녹지에 아파트·주택 등 민간시설이 들어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시 도내 공원 면적의 60%가 이러한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어서 도내 시군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간공원이 곳곳에서 난항
공원 일몰제라는 현안에 부닥친 경북도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단, 이 경우 공원 면적 30% 미만을 아파트 등으로 개발해야 해 '오히려 난개발이 아니냐'는 지역민 반발은 넘어야 할 과제다.
구미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3곳을 민간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지만, 아파트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시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는 동락공원과 꽃동산공원, 중앙공원을 민간공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진척이 가장 빨랐던 중앙공원 조성사업은 2016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듬해 업무협약도 맺었지만,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 직전이다. 민간사업자는 중앙공원에 3천493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할 예정이었다.
중앙공원이 의회 반대에 부닥치면서 나머지 두 곳도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양학·환호·학산공원 3곳을 민간공원으로 조성하려는 포항시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 일부가 '현재 잘 가꾼 녹지와 산책로가 있어 도심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왜 민간업체에 맡겨 다시 공원을 만들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항시는 공원 일몰제가 적용되면 땅 소유주들이 비체계적으로 개발하게 될 수 있어 민간공원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민 의견을 수렴해 기존 녹지를 최대한 그대로 두면서 나머지 땅을 개발하도록 사업 계획을 수정할 예정이다.
안동시도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시는 옥현공원과 옥송상록공원, 낙동공원을 민간공원으로 개발하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는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안동환경운동연합 등 1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동 도심공원 지키기 범 시민연대'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공원 추진 대상이 아파트와 상업지역이 밀집된 도심 요지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출·퇴근 교통 대란과 주차난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열섬현상과 미세먼지를 증폭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방공원을 민간공원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산시는 비교적 반발이 적은 상태다. 시는 최대 7천6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상방공원 개발 우선협상자로 지난해 호반건설컨소시엄으로 정했다. 시는 조만간 도시계획심의를 거쳐 호반건설컨소시엄과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LH와 손잡고 해결하려는 시도도 적잖아
각종 논란으로 사업 진행이 더딘 민간공원에서 벗어나 공적 성격이 강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힘을 합쳐 해법을 찾는 지자체도 있다.
경주시는 대표 도심공원인 황성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LH와 황성공원 사유지 9만9천㎡를 토지은행 공공토지비축 대상에 선정했다. LH는 올해 하반기부터 황성공원 내 개인 땅을 사들이고 시는 LH가 한꺼번에 사들인 돈과 이자를 포함해 5년 안에 분할 납부한다.
이를 통해 황성공원의 난개발을 막고 공원으로 보존한다는 것이다. 신라 때 왕의 사냥터였던 황성공원은 도서관, 시민운동장, 숲 등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전체 89만5천㎡ 가운데 11%인 9만9천㎡가 사유지여서 시는 매입비 350억원가량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포항시도 두호·북송·옥명·구정 4개 공원을 황성공원과 같은 방식으로 보전한다. 시는 4개 공원 중 104만9천100㎡의 토지를 매입하는 데 300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LH의 공공임대주택사업과 연계해 개발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동시는 수상공원, 구미시는 오태·천생산공원, 영덕군은 오포공원을 개발 후보로 신청해둔 상태다.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해 녹지로 유지하려는 노력도 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개발행위를 제한해 공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토지소유자의 매수청구권은 인정해 공원일몰제에 대응할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도내에서는 문경시가 돈달공원을 흥덕·우지·공평공원 등 공원 3개로 나누고 나머지 녹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원 내 사유지가 90%가 넘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민원이 없어 시는 내년 7월이 오기 전까지 절차 진행을 마칠 계획이다.
개인 토지를 시에서 직접 매입해 공원 조성에 나선 곳도 있다. 영주시는 160억원을 들여 도시공원 내 개인 토지를 매입하는 등 일몰제 대응에 나섰다. 시는 지난해 예산 50억원, 올해 110억원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까지 사유지를 모두 사들일 작정이다. 시는 가흥공원과 광승공원, 철탄산공원, 구학공원, 구성공원을 우선관리지역으로 선정해 보상 예산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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