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이어온 터키가 EU의 연례 평가에서 또다시 부정적인 평가를 받자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EU 행정부격인 EU 집행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가입 후보국 터키에 대한 연례 평가보고서에서 "터키가 EU에서 더 멀어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휘리예트 등 터키 매체가 일제히 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터키에서 2017년 개헌 후 법치, 기본권, 정치적 견제·균형 측면에서 심각한 퇴보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또 2016년 쿠데타 진압 후 선포된 국가비상사태 조처로 수많은 인권운동가, 시민사회 활동가, 언론인, 학자, 정치인, 의사, 변호사, 판사, 성(性)소수자가 투옥됐으며 어떤 경우에는 정식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로 장기간 구속된 상태라고 집행위원회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쿠데타 세력' 가담 혐의로 구금된 외무부 직원들이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터키 수도 앙카라 변호사협회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주 구금된 외무부 직원 가운데 5명이 '고문' 피해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의자들은 이달 20일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연계 혐의로 구속된 전·현직 외무부 직원 약 100명 중 일부다. 변협이 면접한 6명 중 5명은 옷이 벗겨지고 수갑을 찬 채 신문을 받았고, 이어 어두운 방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터키 선거당국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스탄불 광역시장 선거 결과를 취소한 것이나 남동부 4곳에서 1위 득표 후보의 당선을 취소하고 2위 득표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한 것을 비판했다. 또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자유로운 외환 사용을 가로막는 등 시장 작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련의 조처를 단행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집행위원회의 연례 평가 보고서는 다음달 회원국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터키는 EU 집행위원회 보고서가 불공정하고 균형이 맞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파루크 카이마크즈 터키 외무차관은 "터키가 스스로 EU로부터 더 멀어지려 한다는 보고서의 평가는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터키는 제 자리에 확고히 서 있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EU 가입 절차는 2005년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래 더디게 진행됐다. 특히 2016년 쿠데타 진압 후 대대적인 투옥, 해고, 기관 폐쇄, 기본권 제한 조처가 이어지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서방과 각을 세우면서 가입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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