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여자 환자가 최근 난소암 발병이 걱정된다며 예방적 난소 난관 제거수술을 상담하기 위해 외래를 방문하였다. 1년 전 유방암 진단받고 수술 및 항암방사선 치료 후 재발 방지 호르몬 약을 복용하고 있다. 먼저 환자를 안정시키고 필요한 병력을 확인한 결과 어머니가 10년 전 난소암으로 돌아가셨고, 언니도 5년 전 유방암으로 수술한 가족력이 있는 환자다. 가족력을 확인한 후 본인이 유전적으로 난소암에 취약한지를 알아보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였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유전자검사는 과거에는 검사비가 수백만원의 고가로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어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나 최근에는 보험 적용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시행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5월 1일 부터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유전자패널검사' 급여 기준이 개정되어 적용 사항이 확대되는 등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 일부 개정안이 실시되고 있다. 현재 급여 대상 질환은 유전성 망막색소변성, 유전성 난청, 고형암, 형질세포종 등이다.
난소암은 우리나라 여성 생식기 암 중 자궁경부암 다음으로 흔한 암으로, 자궁경부암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난소암은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특히 난소암은 '침묵의 암살자'라는 닉네임 말하듯 초기 증상이 별로 없고 진단이 어려워 처음 진단 당시 3명 중 2명 이상은 이미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고, 1차 치료 후에 재발률이 60~70%에 가깝다. 부인암 중 가장 예후가 나쁜 암으로 알려져 있다.
난소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배란으로 인해 난소의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가 반복적으로 파열되고 복구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적 돌연변이가 난소암 발병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과 상관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환자의 5~10%는 유전성 발병 환자다. 여기서 유전성이란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말한다. BRCA 유전자는 세포분열 과정에 생길 수 있는 DNA 손상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데, 돌연변이가 있어 그 기능을 못하게 되면 DNA 복구가 불완전해지면서 암세포가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양쪽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것도 유전자 검사에서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변이가 있으면 난소암의 평생누적 위험률(한 사람이 평생 살면서 평균 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 또는 위험도)은 25~55%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난소가 반복적으로 파열과 복구되는 과정에 해당하는 배란 횟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출산과 모유수유다. 한 자녀를 출산하면 난소암 발생위험이 30~4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경구피임약이 배란을 억제할 수 있고, 5년 이상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위험이 50% 감소된다.
이 환자처럼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고 유전적 변이가 발견되면 예방적 목적으로 양측 난소 난관 제거술을 시행하면 난소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제는 암도 조기 발견을 넘어 발생 전부터 선도적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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