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최대 사찰 동화사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국가지정문화재인 17세기 불상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을 무단으로 '개금'(改金·불상의 금박을 새로 씌우는 작업)했다가 적발돼 원상 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상에 전통 방식의 옻칠을 하는 대신, 화학적으로 제작된 현대식 도료를 바른 사실도 밝혀져 '문화재 훼손'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달 10일 동화사에 "무허가 현상변경이 이뤄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99호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을 원상 복구하라"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동화사는 지난해 10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해당 불상의 금박을 벗겨 새로 칠하는 개금불사(改金佛事)를 했다.
특히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불상을 개금하는 과정에서 금박 아래에 전통 방식으로 옻칠을 하는 대신 현대식 '분체 도료'(분말 형태의 가루페인트)를 바른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의 상태를 바꾸는 작업을 하려면 해당 지자체와 문화재청에 신고한 뒤 전문 심의위원의 입회 아래 진행해야 한다. 무단으로 문화재를 보수하거나 옮기다가 자칫 잘못하면 소중한 문화유산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사 금당선원에 있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은 조선시대 인조 7년인 1629년 제작됐고, 지난해 10월 4일 보물로 지정됐다. 개금이 시작된 시점이 같은 해 10월 22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물 지정 후 18일 만에 사찰 측이 제멋대로 불상에 손을 댄 셈이다.
이에 대해 동화사는 관련법을 몰라 벌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보유한 국가지정문화재를 개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련 절차에 미숙했다는 것.
동화사 관계자는 "보물 지정 전까지는 허가 없이 개금할 수 있는 불상이었고, 문화재가 아닌 불상에는 현대식 도료를 써 보존성을 높이는 일이 흔해서 벌어진 실무진의 착각"이라며 "행정명령에 따라 원상복구 계획서를 제출했고, 복구에 필요한 2억~3억원의 비용도 전액 부담하겠다"고 해명했다.
동구청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이달 중 원상복구를 위한 전문가단을 구성해 복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불상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어서 보물 지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적합한 절차를 거쳐 불상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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