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는 5월을 핑계삼아 술자리를 가졌다. 안주는 경제였다. 건물주인 지인 한 명이 앓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깎아주겠다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한 명은 빈 건물에 대한 대출금만 갚고 있다며 침통해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대문짝만하게 임대라고 붙여놓은 상가들이 한둘이 아니니 이해는 됐다. 하지만 뭐라 해도 가진 자의 푸념 같아서 달래 줄 마음은 덜했다.
한 때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에 '건물주'가 순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애써 일하지 않고도 통장에 매달 찍히는 임대수입을 상상해서일 테다. 슬프지만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인 꿈의 변화다. 건물주가 당당한 직업군이 될 수 있다니. 하긴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다. 나 조차도 몫 좋은 곳에 지워진 상가건물들을 보면 해당 건물주의 월 수입을 합산해주는 수고로움을 대신해보곤 한다. 노후의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채.
만인의 부러움을 받는 건물주는 동시에 '있는 놈이 더 하네'라는 말로 손가락질도 받는다.오르는 땅값의 혜택을 오롯이 건물주만 가져간다는 견해에서다. 김광석거리의 사례처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거리를 망쳐놓은 욕심많은 건물주들도 있다. 건물주의 횡포로 억울하게 쫓겨나는 세입자의 하소연 글 또한 포털 사이트에 허다하다. 입주자가 돈 좀 번다 싶으면 바로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도 있을 테다.
필자의 세대주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내게 세상물정 모른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세대주는 땅값 상승만큼 세금이나 관리수리비도 비례한다며 핫플레이스에서 싼 임대료로 장사하겠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건물주를 대변해댄다. 세금이나 기타 비용으로 공실도 엄청나다는 주장이다. 하긴 세입자한테 임대료를 팍팍 올리며 갑질을 하는 장본인으로 모든 건물주를 싸잡아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영업을 하는 지인은 임대료 보다는 권리금이, 권리금보다는 인건비가 더 공포라고도 했다.
창업이나 자영업 시장이 급속도로 나빠진 요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최근 '건물주 상생협약 체결'같은 제도는 바람직하지만 상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세금 안내고 불로취득하는 사람에게서는 반드시 세금을 받아내길 바란다. 미성년자들이 건물을 증여받는 힘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탈세없이 적정하게 세금을 낸다면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도시의 건물들은 화려하다. 이 건물의 주인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를 꿈꾸는 초등학생들도 정작 건물을 사기까지의 방법은 잘 모르고 어쩌면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귀동냥으로 들은 임대업에 막연한 환상만 갖고 선망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건물주가 꿈이라고 답한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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