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한마디에 날아간 국가 미래 재정건전성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에는 40%를 넘어서고 2022년에는 45%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2018~2022년 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전망치 41.6%보다 3.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2022년 국가채무는 당초 예상치 897조8천억원에서 971조원으로 70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는 홍 부총리가 구상했던 재정운용계획의 대폭적 후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 40%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홍 부총리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30일 발언은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의 '추궁'과 '지시'에 소신을 바꿨음을 보여준다. 당시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과감한 재정 확장 정책'을 주문했다. 말이 좋아 '재정 확장'이지 빚이 늘어나는 것에 구애되지 말고 돈을 마구 풀라는 소리다.

이런 지시는 내년 총선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경제상황 악화로 여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세금을 풀어 선거를 치르겠다는 얘기다. 결국 전문 경제관료의 중립적인 중장기 정책 판단이 정치인인 대통령의 초단기적인 정략적 이해타산에 눌려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재정건전성의 희생이다.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에서 유지해야 할 이유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경제위기 때 재정이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대외 여건 변화에 상당히 취약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안긴 고통은 이를 절절히 실증한다. 우리가 국가채무를 다른 국가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이 선창하고 홍 부총리가 추임새를 넣는 재정 확장 정책은 이와 정반대로 가겠다는 소리다. 용납할 수 없는 국가적 자살 예비이다. 문 정권의 정략적 이익에 국가경제가 희생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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