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청사 유치 사활, 4개 구·군청 SNS 등 홍보 활발

중구 독자노선, 유치전 1인 시위, 현수막 제작, 유튜브 영상 제작 등 홍보에도 열 올려
달서구 부서별 이색 홍보영상 제작 아이디어 짜내, 최신 어벤져스 영상 이용까지
달성군 풍수지리학 도입, 이색적 장점 내세워 눈길
북구 오는 7월부터 8월까지 대구 전 시민 대상 신청사 유치 홍보 SNS 공모전 개최

대구 신청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4개 구·군이 저마다 이색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현위치 사수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중구는 대구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의 과열 유치전 패널티(감점) 부과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색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추가로 게시하는 등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반면 북구·달서구·달성군은 공론화위의 방침에 맞춰 제재가 없는 SNS, 온라인 홍보 등으로 눈을 돌려 신청사 유치 홍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북구를 제외한 3개 구·군 신청사유치(존치)위원회는 공론화위의 운영 방침에 반론을 제기하며 정책 수정을 촉구하고 있어 유치전이 새로운 양상을 띨 가능성도 있다.

◆현위치 사수 중구, 풍수지리 설파 달성군

중구는 "현 위치의 당위성과 유치전을 따로 놓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론화위의 벌점 부과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며 보란 듯이 현수막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동성로와 현 대구시청 앞, 중구청, 종각네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특히 중앙로 인근에는 '시청이 시장의 집이냐? 시민들의 집이지'라는 비판적 문구의 현수막이 걸리는가 하면, '시청없는 원도심, 바람 빠진 풍선이다', '대구시 신청사 이전은 싫어, 존치는 좋아', '이리 봐도 현위지! 저리봐도 현위치!' 등 이색 문구를 넣은 현수막도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공론화위는 신청사 유치 목적의 집회와 서명운동, 삭발식을 제한하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현수막과 입간판 등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중구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중구청 건물을 뒤덮었던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은 현위치가 딱! 좋다'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지난달 26일 강풍에 찢어지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중구청은 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대형 현수막의 문안과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달 27일 중구 주민자치위원연합회 120여명이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신청사 현위치 건립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이후,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오는 12일 외부전문가들을 섭외해 신청사 현위치 당위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생중계하고, 중구의회와 함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중구청 공식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등 온라인 홍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800억원 상당의 부지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달성군은 풍수지리설까지 앞세워 유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달성군은 최근 102명의 유치위원을 선정하고, 풍수지리 이점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풍수지리설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열고 도읍지를 한양으로 천도한 무학대사의 '비결서 대구편'을 통해 신청사 후보지인 화원읍(LH주택홍보관) 일대가 길지(吉地)임을 강조한 것이다. 달성군에 따르면 무학대사 비결서에는 '화원땅은 대구 남쪽 30리에 있고 浮舟遊魚案 掛燈形(부주유어안 괘등형)으로 萬代榮華之地(만대영화지지)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달성군 관계자는 "'부주'(浮舟)는 배가 떠 있는 형상을 말하는데 이는 낙동강에 배가 떠 있는 것으로 화원동산과 사문진을 지칭하고, '유어'(遊魚)는 유유히 헤엄을 치고 노는 물고기 모습으로 지금의 화원읍내 창신아파트와 인흥마을 뒷산인 천수봉을 잇는 형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불이 걸려있는 '괘등'(掛燈)의 형상은 화원읍 명곡리~옥포읍 기세·반송리에 걸쳐진 함박산을 일컫는다고 보는데, 결국 등불을 따라 흘러가는 배의 형국과 그 주변을 평화로이 노니는 물고기가 만대에 걸쳐 영화를 누리는 기운의 땅이 화원"이라고 풀이했다.

달성군은 또 '다른 지역에 신청사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불가론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구는 부지 확장성이 부족하고, 북구는 기재부 땅으로 부지 매입이 어려우며, 달서구는 교통혼잡이 우려된다는 단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달성군 관계자는 "북구가 내세우는 옛 경북도청 터는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땅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기가 다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했다.

◆온라인 유치전 열 올리는 달서구와 북구

달서구는 부서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릴레이 홍보영상 제작에 돌입했다. 홍보전산과는 '신 인간극장'이라는 주제로 복부인이 대구의 매입할 만한 땅을 찾던 중 두류정수장 터에 관심을 가졌지만 시청 유치 후보지라는 말에 수긍하고 "시청 건립을 대환영하겠다"고 반색하는 내용이다.

달서구청 문화체육관광과는 최근 흥행몰이 중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패러디해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 영웅들이 현 대구시청 건물을 통째로 뽑아 두류정수장에 옮겨버렸다는 뉴스속보 영상까지 제작했다.

달서구청은 조만간 '들어봤나', '거라카대', '거가좋나' 등 4글자씩만 강조해 만든 타이포그래피(활자를 배열해 만드는 디자인미술) 포스터 3종을 온라인에 배포할 방침이다.

북구 역시 온라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북구청은 오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대구 신청사 시청별관 유치와 관련되는 내용을 담은 '대구신청사 유치 SNS 콘텐츠 공모전'을 열 계획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옛 경북도청 터를 대구 시청사로 개발하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도청 이전 특별법에 따라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담은 SNS 홍보 영상물 배포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달서·달성 "공론화위 운영 방침 바꿔야..."

이처럼 4개 구·군이 신청사 존치 및 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구와 달서구, 달성군은 공론화위의 운영 방침에 불투명성과 편파성이 우려된다며 개선책을 촉구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북구는 공론화위의 정책을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중구와 달서구, 달성군의 구청장과 군수, 의장, 신청사유치위원장 등은 지난달 28일 간담회를 갖고 공론위의 운영 정책 보완을 촉구하는 공동의견문을 발표한 데 이어, 30일에는 대구시와 공론화위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들은 ▷현 대구시청사 위치의 타당성 조사 연구를 포함한 공정하고 투명한 연구용역 ▷공론화위원 및 시민참여단 확대 ▷각 후보지 홍보 감점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지속한다면 10년 넘게 끌어온 신청사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지만, 공론화위는 "현재로선 운영 방침을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태일 공론화위원장은 "각 구·군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공론화위의 입장도 지속해서 설명하겠다"며 "신청사건립 시민추진단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시민의 뜻에 따른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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