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은주의 잉여현실] 만남과 이별의 랩소디-문학으로 休(휴) 하다

난생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초여름 금요일 밤, 용학도서관 4층 방에 모여 만남과 이별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며 시를 읽고 썼던 20대에서 70대까지 마흔다섯의 사람들은 서로 낯선 이들이었다.

삼삼오오 서로 아는 분들끼리 오시기도 했지만 더러는 혼자 고독의 문을 열고 오신 것이다. 정숙, 이창윤, 이혜리 세 명의 시인이 시를 낭송했고 먼저 시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아버지 떠나가실 때 내내 병실을 지켰건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눈을 감으셔서 마지막 순간을 보지 못한 게 마음 아파요."

"이르지도 못하고 포기하지도 못하고 막막함 속에서 그 꿈을 향해 가는 내가 있어요."

"외로웠어요. 일본에서 나신 엄마의 딸로 나는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했죠. 지금은 외로움도 좋아요."

세 가지 주제별로 원을 만들었고, 참여자들은 나에게 울리는 말과 떠오르는 이야기를 돌아가며 들려줬다. 그리고 시를 썼다. 누군가는,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시를 쓰겠냐, 시를 써 본 적이 없다, 하시며 난감해하셨다. 치유의 글쓰기는 문맥 상관없이 맞춤법 상관없이 내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쓰는 글이다. 옳고 그름이 없고 좋고 나쁨이 없다. 나에게 진실한 말이면 된다. 다른 분들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를 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모두는 시를 썼다. 하나의 원으로 다시 모여 앉아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시를 낭독했다. 마지막으로 어느 분의 추억의 노래 '연가'를 부르며 우리는 원무(圓舞)를 추었고 다정한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이 도시에서 낯선 우리가 만나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울고 웃으며 마음에 담긴 사연들을 말하고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춘다는 것은, 마법 같은 일이다.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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