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 전체가 공원,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 남은 바닷가 도시 중국 위해(웨이하이)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수 있는 수려한 풍광의 도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중국 위해시 전경. 위해시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본 중국 위해시 전경. 위해시 제공.

중국 산둥성 옌타이 지구의 도시 '위해'(威海·웨이하이)는 중국의 땅 끝이자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옛말에 '산동성의 닭 울음소리가 인천까지 들린다'고 했을 정도다. 실제로 서해 백령도에서 20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구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보다도 가깝다.

특히 대구에서 중국 위해를 잇는 하늘길이 열리면서 1시간10분만에 닿을 수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언제든 가볍게 떠날볼 수 있는 해외 여행지다. 우리와 역사적 연결점이 많다보니 먼 이국땅에서의 우리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이곳은 장보고의 숨결 깃들어 있는 산동 최동단 해안도시이다. 해상왕 장보고가 호령했던 위해 앞바다는 청나라와 일본, 서양 열강들의 각축의 장이 됐던 지역이다. 위해는 오랜 세월동안 전쟁 등 수많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다양한 역사적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다.

◆산과 바다가 어우려진 수려한 풍광의 도시

산과 바다를 사이에 둔 도시 위해는 도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도시 속에 있고, 도시가 경치 속에 담겨 있다'고 할 정도의 이곳은 해변의 정취에서부터 산속의 아름다운 경치까지 한데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여기에다 인문·역사·민속·예술까지 잘 어우러져 있다보니 최근 중국 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위해는 세계적으로 거주환경이 우수한 100대 도시 중 하나로 유네스코에서 선정하기도 했다. 수려한 풍경과 쾌적한 기후, 깨끗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무역·레저·휴양 도시라는 평가다.

대구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10분만에 중국웨이하이(위해)국제공항에 내렸다. 한국과 비슷한 초여름 날씨에 비까지 내리고 있었지만 의외로 공기는 쾌적했다. 한국 특유의 비내리는 흙내음 같은 것도 없었다.

공항 역시 대구공항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정비가 잘돼 있어 정갈한 모습이었다. 평소 가지고 있던 중국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자 창 밖으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 덕분에 바다와 해안공원사이로 물안개가 피어나는 몽환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신라 해상왕 장보고의 숨결이 느껴지는 위해에 왔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삼면이 해양공원으로 둘러싸여

중국 위해시 해변공원에서 본 일몰. 위해시 제공.
중국 위해시 해변공원에서 본 일몰. 위해시 제공.

위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져 있는 만큼 해양공원이 발달했다. 위해에서 가장 유명한 해빈공원에는 45m의 '행복문'이 우뚝 솟아있는데 이곳은 우리나라 경주타워처럼 건축물이 유리로 마감돼 있다.

특히 이곳은 밤마다 형형색색의 불을 밝혀 주위를 환하게 비추기 때문에 낮에도 좋지만 야경 감상을 위해 꼭 한번 들러야 할 기념촬영지다. 위해의 도시 역사를 알고 싶다면 행복문 바닥을 눈여겨보면 좋다. 도시를 연도별로 설명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해안선 남쪽으로도 행복공원, 위해공원, 열해공원, 해상공원 등이 줄줄이 조성돼 있다. 그만큼 풍광이 빼어나다는 의미리라.

해빈공원과 행복공원은 수많은 동서양 위인들의 조형물로 장관을 이룬다. 또 위해공원에는 낙시, 조깅 등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많은 사람들의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위해공원이다.

이곳의 압권은 특히 바다에서 보는 노을이다. 넓은 모래 사장과 갯벌까지 있어 조개를 줍거나 모래 바닥에 이름을 적는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태양이 가장 먼저 뜨는 곳이자 최동단에 위치해 '중국의 희망봉'이라 불리는 웨이하이 서하구 관광지역 내에 있는 성산두 풍경구도 볼거리다. 성산두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중국 곳곳을 유랑하던 진시황이 성산두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유명하다. '산동성의 닭 울음소리가 인천까지 들린다'는 이야기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도 하다. 성산두 인근에는 '복여동해 풍경구'도 있는데 장수를 기원하고 동해같이 많은 복을 받길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곳으로 같이 둘러보면 좋다.

◆역사의 상흔 간직한 천년 요새 유공도

중국 위해시 유공도 전경. 위해시 제공.
중국 위해시 유공도 전경. 위해시 제공.

위해시 앞바다에 떠 있는 유공도(劉公島·류궁다오)는 위해를 인구 300만의 대도시로 성장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평범한 시골에서 대표적 여행지로 발돋움하기까지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는 천혜의 요새 역할을 해 준 곳에 바로 유공도다.

선착장에서 15분 정도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닿을 수 있는 유공도는 지리적 군사요충지로, 해적을 막고 영국과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섬에는 끊임 없는 전쟁의 고초와 역사의 숨결이 남아 있다.

유공도는 아픈 역사와는 달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부두에서 접한 유공도의 첫 느낌은 마치 제주도 같았다.

유공도에서는 둘러봐야 할 곳 중 하나가 갑오전쟁 박물관이다. 이곳은 북양해군장교의 인물상과 해군함선을 상징하는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곳은 중국이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치욕의 장소다.

중국은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박물관을 이곳에 지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1천여 점의 역사 사진, 북양해군과 갑오전쟁 문물자료 200여 점, 인양된 전투함 문물 300여 점 등이 전시돼 있다. 아픈 역사의 기록까지도 빠짐없이 간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청일전쟁 박물관에는 "갑오전쟁은 뼈아픈 좌절이었고, 전쟁의 참담한 실패로 중국은 '천하의 중심국가'에서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했다" 뼈아픈 반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전쟁 패배라는 강렬한 자극은 중국을 오랜 꿈속에서 깨어나게 했다. 결국에는 국가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하고, 생존을 도모하는 길로 나서게 했다는 교훈을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장보고의 숨결 석도

중국 위해시 장보고 기념관 전경.
중국 위해시 장보고 기념관 전경.

석도는 조국을 그리워하는 신라인들을 위해 해상왕 장보고가 건립한 사원인 적산법화원뿐만 아니라 '해상왕 장보고' 기념관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면 꼭 찾는 관광코스 중 하나다.

장보고는 우리 역사에서 빠질수 없는 위인 중 1명에 손꼽힌다. 신라의 무장 출신인 장보고는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장보고 전기관 인근에는 당시 신라 사람들이 살던 신라방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적산(赤山·츠산)에 위치한 적산법화산의 가장 높은 곳에 '적산명신'이 위치하고 있다. 동상은 오른손을 옆으로 평평하게 들고 있는데 이는 바다를 거칠지 않고 잔잔하게 잠재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적산명신은 약 59m의 높이로 아시아의 신불동상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적산명신'은 장보고를 신격화한 동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동상 옆으로 올라가 해안가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한국인의 필수 코스인 장보고 전기관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2007년 4월 중국 적산그룹유한회사가 5개의 전시실로 꾸민 곳으로, 장보고의 생애 전 과정과 활약상을 담고 있다. 입구부터 대형 장보고 동상이 자리하고 있고. 무녕군 군종소장과 적산사찰 등 각종 역사적 사료들이 한데 모여있다.

중국 위해시 장보고 전기관 내 장보고 동상.
중국 위해시 장보고 전기관 내 장보고 동상.

◆위해 속 한국 문화

위해는 우리나라와 인접한데다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한류문화의 새로운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신라시대 산둥반도에 신라방이 있었다면 현재 위해에는 한락방이 있는 것이다.

한락방은 위해의 주요 상업지역에 위치한 코리아타운이다. 곳곳에 한국적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민속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다. 중앙광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에는 중국식 홍당이아니라 한국의 청사초롱이 걸리거나 한국식 기와로 지붕을 만들어놓기도 한다.

한글로 된 간판과 안내판도 눈길을 끈다. 이곳은 한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공간인과 동시에 위해 속에서 한국을 알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위해 도심 곳곳에서 한글로된 간판은 쉽게 찾아 볼수 있어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위해에는 각종 문화유적지와 관광지를 방문한 뒤 밀려온 피로를 한번에 풀어줄 온천도 있다. 특히 바닷가로 둘러싸인 곳인 만큼 해수온천이 유명하다.

위해는 미세먼지가 없는 청정해역으로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불린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해수온천을 즐길수 있으니 중국인들도 즐겨찾는 관광지다.

규모도 역시 대륙의 스케일을 과시한다. 천목온천의 경우 우리나라 온천과 달리 해수온천 탕이 50개 정도로 구성돼 있는 중국 최대 규모의 온천이다. 위해 공항에서 50분 거리에 있어 다소 멀지만 인근에 적산법화원 등 역사적 유적지 인근에 있고 깨끗한 대규모 시설로 중국인 및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눈 내린 야외 이색온천의 묘미도 즐길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