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프로듀스X101'의 6회가 방영된 다음 날 아침인 8일에 볼 수 있는 칼럼이기 때문에 지금의 평가가 시의적절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차 순위발표식이 끝난 이 시점에서 '글로벌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중간점검을 받아야 한다.
사실, '하다 보면 성장하겠지'라는 믿음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 연습생들의 실력 수준은 TV를 보다가도 시청자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나름 '아이돌의 명가'라고 자부하는 몇몇 기획사에서도 소속사 평가 때 노래와 춤에서 너무 많은 실수를 보여 X등급을 맞는 연습생들이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왔다. 아예 몇몇 연습생들은 이후 타이틀곡 '_지마'와 1차 평가인 '그룹X배틀'의 직캠에서도 전혀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연습생은 시청자들로부터 '뚝딱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말그대로 춤 추는 모습이 목각인형처럼 뚝딱하고 부러지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연습생들은 1차 순위발표식에서 도태되었는가? 아니다. '뚝딱이' 별명을 얻은 몇몇 연습생들은 10위 권 안에 포진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정말 '흙 속의 진주' 같은 연습생들은 좀처럼 순위를 치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제2의 김재환'은 꿈도 못 꿀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 기준이 단일해져버렸다. 한 후배가 했던 '아이돌은 와꾸'('테두리'라는 뜻의 일본어로 사람의 외모를 지칭하는 비속어로 많이 쓰이는 말)란 말이 자꾸 귀에 맴돈다.
어째서 이런 '총체적 난국'이 벌어졌을까. 먼저 이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내보낸 기획사들의 반성이 절실하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연속해서 '대박'을 터트린 이후 기획사들은 신인 육성과 트레이닝에 매우 게을러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면 향후 5년간을 활동하게 된다. 이는 기획사의 입장에서 보면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다. 왜냐하면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가수로 데뷔하는 전 과정에서 기획사는 사람만 보탤 뿐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닝 과정에 드는 비용은 대기업인 CJ가 부담해주니 기획사들은 '아이돌 인력사무소'로 전락해버렸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도 아이돌을 제대로 기획하고 있는 기획사들 조차도 이 포지션에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CJ도 책임은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CJ는 아이돌 시장의 한 축을 '원청-하청' 구조로 바꿔놓았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워너원'과 '아이즈원' 때문에 그 해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고사해버린 신인 아이돌 그룹이 수십 팀은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간 기껏 쌓아놓은 한국 아이돌 산업의 기반이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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