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는 춘추시대 정치가 오자서로부터 유래했다. 초나라를 정벌한 오자서가 원수인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직접 300대에 이르는 매질을 했다. 너무 심하다는 친구 말에 오자서는 "해는 저물려 하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심경이 일모도원이 아닐까 싶다.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북 문제와 경제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고 전망도 어둡다. 총선은 일 년도 안 남았고 곳곳에서 레임덕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쩍 강경해진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일모도원 심리의 표출로 보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역대 대통령 모두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시달렸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 당·청 갈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레임덕에 빠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을 할 정도로 권력 기반이 취약해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 패배에다 대형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총선 패배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재보궐선거 연패 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지방선거 패배, 민간인 사찰 논란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대응 실패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등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문 대통령도 집권 3년 차 증후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수정 요구가 거세졌다. 툭 하면 비밀 유출을 일삼는 관료 사회는 무기력·무책임·무소신 등 3무(三無)에 빠졌다.
열쇠는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소통과 협치 대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독선으로는 3년 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너희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득권 논리가 아닌 나부터 변한다는 자기 혁신의 논리로 가는 게 정도(正道)다. 문 대통령이 통 큰 리더십, 파격·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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