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들여다보기] 오보 프레임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필자는 지난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북한의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알고 지낸 중국 내 대북 사업가들의 방문기록과 그들이 찍어온 북한 내 사진들을 분석하고, 그리고 다양한 루트를 통한 크로스체킹으로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최근 국내 한 신문사에서 북한 권력층 숙청설과 관련한 오보를 냈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에 대한 '지르기식 보도'는 왜곡된 정보일지라도 보도가 된 순간부터 기정사실화한다.

이 같은 오보는 정보가 통제된 북한에 대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이 북한에 대한 잘못된 가치판단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북한과 분단 상태에 있으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평화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관련 오보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필자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일을 하면서 2천 명 이상의 탈북자를 만났다. 지금 현재도 북한이탈주민 청년들과 대구청년들을 고용한 사회적기업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80%는 함경도 출신이다.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기본적인 행위는 상담이다. 탈북자들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통일부 하나원에서 정부의 기초교육과 조사 과정을 마친 후 매달 퇴소해 전국으로 흩어진다.

이들 중 대구지역에 정착하기로 한 인원들을 데리러 가는 과정부터 상담은 시작된다. 낯선 곳으로 이주한 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일을 과장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자신이 겪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힘든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외부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표현하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특성은 우리가 만나왔던 탈북자들만의 특성이 아니며,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상담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에 깔고 탈북자들과 수많은 상담과 관계를 통해 이들의 삶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한 사람의 북한이탈주민 말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최근 많은 언론에서 런던의 한 북한인권관련 단체 발표를 인용해 '중국 내 탈북여성들의 25%가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 '중국으로 간 탈북여성의 60%가 인신매매에 노출되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중국 내 탈북여성들의 25%라는 통계는 현재를 기준으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수를 추정해서 나온 듯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탈북자 상담 과정을 통해 중국 거주 기간 동안 탈북여성들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경험에 비춰봐도 그 모든 상황을 인신매매라고 단언하고 발표 및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

그 북한인권단체는 45명의 피해여성을 상담해 작성한 보고서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로 인해 여성탈북자들에게 씌워질 낙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우려하지 않는다. 전수조사가 아닌 일부의 조사를 통한 추정 통계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주민과 탈북주민의 인권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한다면, 통계 결과를 과장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더구나 이 잘못된 통계와 오보로 피해를 입는 이들 중에는 중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거나 나름 괜찮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선량한 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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