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병원학교(대구시 동구 화랑로) 학생(중고등학생) 9명이 지도교사들과 함께 지난 달 31일 자신들이 가꾸는 텃밭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아이들은 앞서 올봄에 직접 밭을 일구고, 상추, 청경채, 열무, 옥수수 씨를 뿌리고,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오이도 심었다.

(5월말 현재) 아직 먹을 만한 수확은 상추뿐이지만 자기 손으로 밭 일구고 씨 뿌려 거둔 첫 수확이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첫 수확물인 상추에 잘 어울릴만한 먹을거리가 뭘까 고민 끝에 준비한 삼겹살과 상추쌈 파티였다.
◇ 몸이 아프지만 실내에만 있기는 싫어
병원학교(病院學校;hospital school)는 병원 안에 설치된 파견 학급 형태의 학교다. 장기 입원이나 지속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치료와 학업 및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각 지역 교육청과 병원이 협약을 맺어 운영한다.
대동병원학교 및 병원 청소년팀은 장기입원 학생들의 '체험학습프로그램' 일환으로 올해 처음 텃밭가꾸기에 도전했다. 3월부터 매주 평균 1회 텃밭에 와서 밭을 가꾸는데, 첫 수확을 기념해 삼겹살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시절에는 텃밭가꾸기에 관심을 보이던 아이들도 중고등학생이 되면 텃밭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동병원학교 아이들은 텃밭가꾸기를 무척 즐기는 분위기였다.
◇ 설명 듣는 공부 아니라 참여하는 공부
김동욱 병원학교 선생님(특수교육교사)은 "아이들이 입원치료를 받다보니 외부활동 기회가 적다. 보통의 또래 청소년들은 외부활동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병원학교 학생들은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외부활동은 대체로 관람, 관찰, 설명듣기 정도이지만 텃밭가꾸기는 자기 몸을 쓰고 손으로 심고 뽑고, 물을 주는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더 좋아 한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삼겹살을 굽고 아이들은 돗자리를 깔고 구운 삼겹살을 날랐다. 삼겹살 굽느라 매캐한 연기가 풀풀 나는 데도 도현(가명)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앞에 붙어 앉아 재미난 듯 바라보았다. 한 아이는 접시에 담아낸 삼겹살을 "선생님 먼저 드시라"며 내밀기도 했다. 먹기만 할뿐 함께 일을 하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 치유프로그램이자 진로체험 학습효과
대구경북에 병원학교가 처음 문을 연 것은 2017년이다. 대동 WEE센터 김록현 상담심리사는 올해 처음 텃밭가꾸기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배경을 "바깥활동, 단체활동을 펼침으로써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성을 증진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학생들 중에 농업에 취미나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초등학생 대상 '치유농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17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식물을 기르면 학생들의 공격성이 13% 감소하고, 정서와 지능이 각각 4%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욱 선생님은 "치유 일환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동시에 직업체험활동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치료를 받고 있는 입장이지만, 어른이 되어서 스마트 농업전문가, 도시농업전문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텃밭가꾸기가 아이들에게 큰 성취이자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