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나 채소부터 육류,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선도를 유지하며 배송하기 어려운 탓에 오프라인에서 주로 구매하던 신선식품들의 유통채널이 바뀌고 있다.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신선식품을 자기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현관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새벽배송 스타트업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천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40배 성장했다. 올해는 1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홈쇼핑 업계나 대형마트 등도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며 따라오는 모습이다.
◆마켓컬리, 쿠팡 신선식품 새벽배송
새벽배송 서비스는 4년 전 신선식품 새벽배송 스타트업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면서 새벽배송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5월 새벽배송 시장을 연 마켓컬리는 품목별 최적의 보관 온도를 유지하는 식품 전용 냉장, 냉동 창고를 구축했고 냉장 차량으로 문 앞까지 신선한 온도를 유지한 채 배달해준다.
첫해 매출은 29억원이었으나 2016년 174억원, 2017년 465억원, 지난해 1571억원까지 늘었다. 2017년 24억원이었던 광고비가 지난해에는 148억원까지 늘었을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새벽배송에서 덩치가 더 큰 것은 쿠팡이다. 쿠팡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로켓배송', 신석식품 배송 '로켓프레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월 2천900원을 내고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로켓와우클럽'에 가입하면 된다. 쿠팡이 처리하는 하루 새벽배송 주문 건수는 약 3만건으로 알려졌다. 새벽배송 서비스 가입자 수도 160만명으로 100만명 선인 마켓컬리를 웃돈다.
새벽배송 시장이 커지는 원인은 젊은층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등이 늘어나는 가운데 집에서 밥을 해 먹으려는 사람들에게 매번 장을 보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날그날 필요한 물품만 구매해 신선한 상태로 소비하려는 트렌드가 확산하는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헬로네이처가 최근 3년간 이용고객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대의 구매 비중은 44%로 2016년보다 12%포인트(p) 높아졌다. 20대 구매 비중도 5%p 늘어 20대와 30대의 구매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홈쇼핑 업계도 본격 참전
홈쇼핑 업체들도 당일배송 서비스에 이어 새벽배송 서비스에까지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신선식품은 재구매율이 높은 덕분에 업계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지난해 8월 현대홈쇼핑이 홈쇼핑 업계 최초로 자사 식품코너인 '싱싱 냉동마트'에서 유제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롯데홈쇼핑도 올 7월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개시한다.
롯데홈쇼핑은 7월 새벽배송 전문관을 롯데몰에 오픈한다. TV를 통해 판매하던 신선식품, 가정간편식 등 500여 품목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제품은 고객들이 오후 6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다. 다만 당장은 효율성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배송지역을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익일배송으로 제한적 서비스를 해오던 GS홈쇼핑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 이달 중 동원의 '더반찬'과 협업으로 반찬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7월에는 GS프레시와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한다. CJ오쇼핑, NS홈쇼핑 등도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세계는 지난해 5월부터 이마트를 통해 새벽배송 "쓱배송 굿모닝'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배송 외에도 당일배송, 3시간 단위 예약배송을 제공한다. 롯데슈퍼는 온라인 특화 서비스를 내세우며 새벽배송 가능지역을 넓히고, 최대 3시간 이내 배송하는 '프레시 배송'을 강화하려 15개인 온라인 물류센터를 올해 중 21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과대포장 해결은 숙제
신선도 유지 등을 위한 과대포장 문제는 새벽배송 서비스의 숙제다. 드라이아이스, 지퍼백, 스티로폼 박스, 냉장팩, 완충재 등으로 빈틈없이 싼 뒤 대형박스에 담아 배송하는 탓에 상품보다 포장재 크기가 더 큰 경우가 잦다.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등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눈총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새벽배송이 편리하면서도 이런 포장재 문제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업계도 이 같은 소비자 반응에 일부 대책을 내놓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새벽배송 업계 최초로 '더그린배송'을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전용 포장재를 개발해 소비자가 상품을 받은 뒤 박스를 접어 보관했다가 다음 주문 시 문 앞에 두면 다시 수거해 세척 후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물과 전문 등 자연성분으로만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 '더그린팩'도 사용한다.
마켓컬리도 지난 1월부터 재생용지로 만든 친환경 냉장 박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4월부터는 기존 낱개 단위 과일과 내용물이 샐 수 있는 상품을 포장할 때 쓰는 플라스틱 지퍼백을 천연소재 친환경 지퍼백으로 바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단체 등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먼저 제품 크기보다 과도한 포장재로 죄책감을 느낀다고 얘기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포장재로 인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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