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동성로 중앙파출소 앞에서 '중앙파출소' 노래를 부른 적이 있어요. 아련하게 부르는 중앙파출소 후렴구를 듣고, 지나가던 분들이 궁금해하며 돌아보더라고요."
대구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힙합팀 '인지니어스'의 대구 사랑은 독특하다. '대구 사람'이면 모를 리 없는 친숙한 장소들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랩 가사로 녹여낸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약속 장소는 삼덕 fire station 거서 봐'(삼덕소방서 가사 중), '중파 중무 대백 앞에 무대 보며 서 있게 그리고 또 삼덕소방서 앞에 서 있어'(동성로 가사 중) 등이다. 서울의 홍대, 강남, 이태원이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대구의 청춘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들이 노래의 소재가 됐다.
인지니어스는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이지훈(대구대 법학부 09학번·졸업) 씨를 비롯해 래퍼인 ▷천설(이성문·대구대 동물자원학과 13학번) ▷릴노바(노현우·계명대) ▷아돌나프(임성준·영남대 국어국문학과 13학번) ▷SEOB(황지섭·대구대 경찰행정학과 15학번) ▷박은수(영남대 작곡과)로 구성돼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커버히나'로 유명한 한희나(17) 양을 보컬로 영입, 총 7명으로 늘었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경기 지역에도 인지니어스 크루 3명이 활동하고 있다.
인지니어스는 이지훈, 천설 씨 등이 속한 대구대 힙합동아리 CSI에서 시작됐다. 공연 경험을 쌓아나가며 다른 대학 출신의 학생들도 함께 뜻을 모아 팀을 결성했다. 최근 뮤직비디오나 홍보영상 등을 만들기 위해 영상팀(3명)도 합류했다.
이들이 지난 4월 발표한 미니앨범 '동성로'는 신선하다는 평을 얻으며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삼덕소방서, 중앙파출소, 공평주차장 등의 음원 모두 대구의 장소를 소재로 했다.
천설 씨는 "멤버들과 함께 수다를 떨던 중 대구 사람들이 아는 장소를 주제로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노래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돌나프 씨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송과 라디오에도 소개됐다. 그만큼 대구 사람들이 노래에 재미를 느끼고 공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단순히 재미와 팀 홍보를 위해서만 대구를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솔직하고 자유롭게 얘기를 할 수 있는 힙합 음악을 빌려, 이들이 나고 자란 대구에 대한 얘기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멤버 간의 색깔이 다양한 점도 인지니어스의 강점이다. 단체카톡방에 자신이 생각하는 비트(beat)를 올리거나 곡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색다른 시도를 거듭해가며 성장해나간다.
곡이 점차 알려지면서 인지니어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동성로 대백 앞 무대와 대학가 등 대구시내 곳곳에서 버스킹을 펼치는 데 이어 내달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리는 치맥페스티벌 공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박은수 씨는 "대구에 음악적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많지만 다소 소극적으로 활동하는 편이다. 함께 노력해 수면 위로 올랐으면 좋겠다. 대구에서도 예술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지니어스는 내달 안으로 신곡 '대프리카'와 '수성못'도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다. 아돌나프 씨는 "노래를 통해 누군가에게 우리 팀이, 대구가 알려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좋다"며 "앞으로도 관객들과 함께 즐기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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