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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순한' 금연 광고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미국 치료심리학자 하워드 레벤탈이 파상풍의 위험성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일종의 '공포실험'으로 한 실험군에는 예방주사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을 주었는데 파상풍 환자 사진과 보건소 정보 등을 담았다. 반면 대조 실험군에는 간략한 안내문만 주었다.

실험 결과 구체적인 안내문을 접한 피실험자의 28%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대조 실험군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고작 3%였다. 정보의 구체성이 인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포 심리나 자극적인 정보가 사람의 행동과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조사의 담배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끔찍하고 독한' 금연 광고에서 이달부터 흡연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호소형' 금연 광고를 시작해 효과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순한' 금연 광고인데 2014년 이후 정부의 '불편한' 금연 광고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런 선례가 없지는 않다. 2015년 국립발레단을 동원한 금연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이 등장한 '담담한' 금연 광고도 효과를 봤다. 당시 70%에 가깝던 남성 흡연율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줄담배 줄초상' 'Smoking Smokill' 등 줄임말로 흡연 폐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사진영상을 동원한 금연 광고가 여전히 대세다. 미국의 경우 흡연 질환자를 등장시킨 직접 화법의 금연 광고로 160만 명이 금연을 시도하고, 이 중 22만 명이 3개월 이상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는 통계도 있다.

현재 10억 명의 흡연자가 존재하고, 그 절반이 아시아에 산다. 국내에도 약 900만 명이 있는데 매일 159명이 흡연으로 죽는다. 흡연 문화가 계속 바뀌듯 금연에 대한 인식과 금연 대책도 한 방향에 고정될 수는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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