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11년 전 경북도청 이전이 안동·예천으로 결정됐던 날이다. 2008년 6월 8일 오후 7시 40분 경북도청 이전 추진위원회가 '안동·예천'을 도청 이전지로 확정 발표했던 역사적인 날이다.
안동과 예천 두 곳 모두 기쁨에 젖은 주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환호했다. 마침 내린 축복의 비를 맞으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주민들의 눈물이 빗물과 섞였던 감동의 저녁이었다.
당시 경상북도의 절반이 넘는 53%의 면적인 북부지역 11개 시·군은 산업화의 뒤안길로 밀려나 해마다 2만~3만 명씩 떠나면서 180여만 명이던 인구가 겨우 70여만 명을 유지하던 절박한 현실이었다.
이 때문에 경상북도 도청을 북부지역으로 유치해 살길을 찾아보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청 이전 예정지 평가단 83명이 11개 신청 지역을 실사하고 평가한 결과도 1, 2, 3위 모두가 북부지역이었다. '경북 균형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
포항, 구미를 잇는 양극 발전 축에서 북부지역으로 도청을 이전시켜 경북을 세 곳의 거점지역으로 연결,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따라서 도청 소재지인 안동·예천을 거점으로 북부지역 전체를 고르게 발전시켜야 할 대명제를 안고 도청 이전의 대역사가 단행된 것이다.
이제 도청 이전 결정 11년, 신도청 개청 3년을 보내며 도청 이전을 결정한 정신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 된 듯하다.
첫째, 경북 북부 11개 시·군의 현재 인구수는 약 62만 명으로 도청 이전 결정 후에도 10만여 명이 감소했다. 감소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매년 1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 것인지?
둘째, 도청 이전 결정에 '균형 발전을 하라'는 대명제에 충실하게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 세계와 나란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개인이든 지방자치단체든 세계 무대에서 세계인과 경쟁하고 저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세계 무대에 올려놓을 레저·스포츠·문화·관광, 학교와 연구 과학 지식산업, 학술·세미나 등 새로운 발전 축을 구축하려는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세계 무대에 올려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명소의 신도청 청사를 두고 동해안에 새로운 청사를 마련한다는 것이 당초 도청 이전 결정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아 자칫 경북도 균형 발전이라는 경북도청 이전 취지가 무색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경북도청을 중심으로 안동시와 예천군을 함께 아우르는 안동·예천 통합신도시가 바람직할 것이다. 경북도청은 도청 중심 주변의 편익시설 확충에만 급급하고, 안동시와 예천군은 기존 상권 몰락 막기에만 집중하는 꼴이다.
인구 문제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처럼 안동의 도심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예천 쪽으로 이동하는 '제로섬 게임'에 희비가 엇갈리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안동시 인구가 줄고 예천군 인구가 늘었다고 하나 양 시군 통합 인구는 10년 동안 오히려 줄었다.
신도청 2단계 사업이 조성되면 또다시 인구 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처럼 안동과 예천 두 곳이 제로섬 게임에 빠져 미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해답은 '안동과 예천 통합'뿐이다. 그 중심에는 경북도청이 있다. 양 도시가 동반 성장하거나 쇠락하는 것은 경북도청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경북도청이 도청 청사 주변 신시가지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양 시군 통합에는 소극적이라면 안동 신시장, 구시장, 옥동 상권과 예천 기존 상권의 쇠락은 물론 도농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보듬지 못할 것이다.
넷째, 위정자는 언제나 역사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지금 처한 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주민과 지역을 위한 바람직한 가치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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