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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기업을 춤추게 하라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잘사는 나라들은 일자리 호황을 즐기고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 '더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전한 선진국 근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나라들의 일자리 붐은 '유례가 없을'(unprecedented)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4월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반세기 만에 가장 낮다. 일본은 15~64세 사이인 생산가능인구의 77%가 일한다. 6년 사이 고용률이 6%나 올라갔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일하는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독일은 노동시장이 커지면서 세수까지 덩달아 늘어 즐겁다. 올해 영국인들의 총 근로시간은 550억 시간이란 금자탑을 쌓을 전망이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도 2005년 수준 이상의 고용률을 회복했다.

소위 '3050클럽' 국가들의 일자리 성적표는 이렇듯 화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도 가입했으니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 그 나라들의 성적표다. 하지만 한국만 쏙 빠졌다. 일자리를 두고 재앙 수준이라는 한탄이 쏟아지는 한국이 낄 자리는 없었다. 이래서야 자부심을 갖기 어렵다.

잘사는 나라들(the rich world)에선 일자리가 양적으로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질도 좋아졌다. 구직난이 구인난으로 바뀌며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가 근로자들의 운을 빠르게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자리 호황으로 일터를 골라잡을 수 있게 된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소득을 나눠 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야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유례없는' 일자리 감소에 '글로벌 경제'니 '외부 요인' 탓을 하던 우리 정부도 이쯤 되면 머리를 쥐어뜯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나서서 책임지겠다는 이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국민 억장 무너뜨리는 소리를 연발한다.

2년여 전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출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쯤은 결과물이 나와야 할 때다. 그런데 오늘날 선진국이 누리고 있다는 일자리 호황이란 말을 듣도 보도 못했다. 거꾸로 기업들은 가히 엑소더스(대탈출) 수준이다. 너나없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는 급감하고 해외투자는 사상 최고다. 가동률이 떨어지며 불야성을 이루던 공단 지대는 불빛이 사라졌다. 소상공인들은 고용을 줄여가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정부는 기업을 옥죄고, 기업인들은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잘사는 나라들의 일자리 호황은 기업을 춤추게 한 결과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고용은 민간 몫이라는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하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을 모은다. 감세를 하고 규제를 완화한다.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한다.

기업이 춤을 추면 일자리는 저절로 늘어나게 돼 있다. 잘사는 그 어떤 나라도 정부가 직접 고용에 목매지 않는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보다 세금을 내는 일자리에 관심을 둔다. 소득을 늘려 성장할 수 있다면 가난한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통렬하다.

3년차 정부가 여전히 2년 전 막춤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배우지도 않았고 소질도 없는 막춤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춤은 기업이 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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