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행동 중 도통 이해 안되는 게 있다. 먹방 동영상 시청이다. 그것도 살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는. 딸아이의 대답은 대리만족이란다. 이제껏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결과 결코 참을성이 뛰어나다 할 수 없는데. 솔직히 짜장면 먹는 장면만 봐도 동공이 확장되고 침이 분비되지 않는가.
요즘 보이는 매체는 거의 먹방이다. 옛날엔 남 먹는 거 쳐다보고 있으면 없어 보인다고 나무랐었다. 삼겹살을 썰지 않고 통으로 뜯질 않나, 한 자리에서 단체회식을 해도 족할 분량을 혼자서 해치우고 별풍선이라든가 좋아요, 하트를 받는다. 나 또한 볶음밥을 디저트로 먹는 식성이나 식도락이라고 하기엔 과한 먹방이다. 가장 멍청한 내기가 먹는 내기라는데 빨리 먹기에 도전한 푸드 파이터들의 속이 어떨지 걱정이 된다. 실제로 살아있는 문어를 먹다가 물려 피를 보고 주먹밥을 먹던 일본 유튜버가 질식사하는 뉴스도 보도된 바 있다.
방송도, 홍보도, 정치도 온라인 영상 시대다. 책과 같은 종이 매체보다 영상 반응이 빠른 시대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직접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유튜브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의 월활성이용자 수는 올해 4월 3천271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유튜브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어린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사용하는데 큰 장벽이 없다.
영상은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한 것을 보완해 전달해 준다. 1인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영상 제작도 척척이다. 필자도 방송제작 쪽 직업을 가졌던지라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보겠다고 끙끙댔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초보자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이 지원되는 영상편집 프로그램이 많이 출시되어 1인 미디어들의 수고를 덜어 준다.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가 늘어나니 자극적인 콘텐츠도 증가했다. 어린 연령의 시청자가 따라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병폐가 문제다. 어떤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없이 성형 수술 후기를 알려주는 영상을 보고 부모를 조르는 청소년들, 교복을 입은 채 흡연하는 영상, 심지어 마약을 은어로 숨긴 광고까지도 있다. 유튜브의 자동 맞춤형 추천 기능은 진실과 상관없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소비하게 만든다.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온 국민이 애용하는 유튜브가 불법적인 정보의 바다로 빨간 불이 켜졌다.
순기능에 반해 악용되는 역기능에 대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동시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다한 시청을 조절하는 능력과 그에 맞는 윤리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잘 쓰면 득, 잘못 쓰면 독. 결과는 사용자 본인의 몫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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