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식탁 위로 되돌아온 플라스틱 쓰레기

랍스타 요리
랍스타 요리

플라스틱 생수병.수도박물관

식탁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올라왔다. 갓 구운 생선 속에, 그리고 깨끗한 컵 속의 물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있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의 식탁을 매일 습격하고 있다. 마치 공포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일들이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산물을 자주 먹는 사람은 일 년에 일 만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먹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벨기에 겐트대학 연구자들이 발표했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이에 화장품 업계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의 비중이 적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의 식탁 위로 되돌아오는 엽기적인 현실을 좀 더 들여다보자.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해산물

'내가 버린 플라스틱, 참치·조개가 먹고 내가 다시 먹는다'라는 기사가 2018년에 한 일간지에 실렸다. 2016년 유엔환경계획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에만 480만톤에서 1270만톤 정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이처럼 바다로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가벼워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면서 낮에 햇빛의 자외선을 받으면서 점점 잘게 쪼개져서 지름 5 mm 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뀐다. 이렇게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을 작은 플랑크톤과 물고기들이 먹고 먹이사슬을 타고 사람에게로 다시 되돌아 온다. 영국 식탁에 오르는 대구와 고등어 등과 같은 어류의 삼분의 일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영국 플리머스대학의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
플라스틱 생수병.수도박물관

▶수돗물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나 조개류뿐만 아니라 수돗물도 오염시키고 있다. 세계 14개국의 수돗물 샘플 159개 중 8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조사결과를 미국 얼브미디어와 미네소타대학에서 2017년에 발표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수돗물 샘플의 94%에서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충격적인 해외 수돗물 조사결과를 접하고서 우리나라에서도 수돗물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있는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결과는 24개 정수장 중에서 3개의 정수장에서 1리터 당 0.2개에서 0.6개 정도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소금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90%가 미세플라스틱을 가지고 있다는 뉴스가 최근에 들려온다. 인천대 김승규 교수 연구팀과 그린피스가 세계 21개국에서 생산되는 39개 브랜드 소금을 분석한 결과 단 3개를 제외한 36개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조사결과를 환경과학기술 학술지에 2018년에 발표했다. 1 kg 당 미세플라스틱 개수를 보면 바닷소금에서 0~1674개, 암염에서 0~148개, 호수 소금에서 28~462개가 검출되었다. 또한 한국에서 생산한 소금에도 1 kg 당 100~2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그린피스는 소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개수와 세계 평균 하루 소금 섭취량인 10 g을 기준으로 보면 1인당 매년 2천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소금을 통해서 먹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미세플라스틱 오염

이러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먼 나라 이야기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최근 조사결과를 통해 살펴보자. 2016년 경남 진해와 거제의 양식장과 근처 바다에서 굴·게·담치·지렁이를 잡아서 분석한 결과 총 139개체 중 97%에 해당하는 135개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조사결과를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에서 발표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맡겨서 서울, 부산, 광주 시장에서 팔고 있는 굴, 홍합, 바지락, 가리비 등 4종류를 분석했다. 1 g 당 0.07~0.34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0.1~0.3 mm 정도 크기가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평균 조개류를 먹는 양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국인은 위의 조개류 4종을 통해서 1인당 연간 2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한국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심각하다. 2018년에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조사하여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천 앞바다와 경기도 바닷가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세계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1 제곱미터 당 평균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에서 10만 개 사이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

▶미세플라스틱, 먹으면 얼마나 해로울까?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 새나 고래처럼 우리도 플라스틱을 먹으면 병에 걸리거나 죽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을 먹었을 때에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얼마나 해로운지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2016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조금 알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기는 영향이다. 플라스틱 알갱이가 대략 0.001 mm 정도로 작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으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몸속으로 파고들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서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계속 쌓이는 축적이 생기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할 때에 들어가는 각종 화학물질 첨가제가 우리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해롭지 않지만 그 안에 첨가해서 들어가는 색소물질이나 안정화물질 등의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해로운 독성물질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이와 같은 첨가된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한 실정이라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간혹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리면 뭐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당장 해결할 수 없으니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손 놓고 있으면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으로 악화될 것이다. 이제 불편한 현실을 똑바로 보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작은 용기와 실천들을 모아야할 때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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