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권 조정

조성제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조성제 대구한의대 교수
조성제 대구한의대 교수

최근에 국회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의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증대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는 국민들의 수사 절차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하여 권한의 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1차적 수사권을 경찰의 권한으로 하는 이번 신속처리안건의 내용은 견제와 균형 원리라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에 신속처리 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경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여 국민이 제대로 수사를 받을 권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학회 또한 경찰에 불송치 결정이라는 일종의 불기소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절차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을 표시하였다.

현재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경찰과 검찰 간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설정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여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있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에 대한 통제를 위하여 불송치 결정한 사건 기록을 검찰에 보내 검사는 60일 동안 수사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결정 사건의 고소인 등 이의 신청이 있는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토록 하고 있고,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한 때에는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놓는 등 사실상 전건 송치에 가까운 통제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한 기관이 집중된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와 여러 기관이 일련의 절차상에서 적정하게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 가운데 어느 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리에 부합하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나아가 경찰에는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영장 청구에 대하여는 법원의 심사 절차를 거치므로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도 없을뿐더러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다.

반면에 개정 법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수사에 대한 통제제도는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나 공소권의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가 어렵다. 수사권 조정 논의의 본래 취지가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민주화 원리가 작동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라는 데 있었다고 본다면 향후 국회의 논의에서 검찰권 남용의 통제방안에 대하여 각고의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대원칙 아래, 수사 절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관계되는 피의자와 범죄피해자의 인권 보장이 보다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을 입법자와 관련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하여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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