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실상 수의계약" 혼탁한 대구시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선정

일단 낙찰 받고 경비·청소 계약금액 추후 협의, 관리감독 책임 구·군은 사실상 손놓아
입주민 관리비 부담 가중되고 정상적인 업체는 일감 따기 어려워져

대구 시내 일부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들이 청소와 경비를 직영하는 조건으로 공동주택위탁관리계약 낙찰을 받은 뒤 입주자대표회의와 별도 계약을 통해 청소·경비비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 같은 계약이 잘못됐다고 해석하지만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대구시 각 구·군은 명확한 위법행위는 아니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대구의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 입찰 공고 가운데 경비 및 청소업무를 직영하는 조건이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구에서 계약을 체결한 25개 아파트단지 가운데 12곳이 청소와 경비를 직영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4곳은 청소나 경비 중 하나를 직영하는 조건이었으며, 두 가지 모두 위탁한다는 단지는 9곳에 그쳤다.

문제는 이 같은 '직영' 계약 조건을 내걸고도 위탁관리업체들이 입주자대표회의와의 협의를 통해 경비비 및 청소비를 별도로 받는 '이중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구 48개 아파트단지에서 이중계약이 의심된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별도 경비 및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각 구·군 감사에서 확인됐다.

공동주택관리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법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공고한 내용에 따라 경비 및 청소 업무를 직영하기로 했다면 직영에 드는 비용을 포함해서 입찰 금액을 산출한 걸로 봐야 한다"며 "최저임금 상승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액 세부조정은 가능하지만 계약 전체를 새롭게 체결한다면 새로운 입찰을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택관리업계는 이 같은 계약으로 입주민들은 관리비 부담이 커지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입찰에 나서는 업체는 일감을 찾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대구 한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단 낙찰을 받고 나서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를 통해 금액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비 인상요인이 될 개연성이 크다. 법을 지키는 업체는 계약을 따내기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결과 명확한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문제가 제기된 개별 아파트단지에서 소송을 통해 법률적 판단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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