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개방은 불법'이라는 환경당국의 유권해석이 낳은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불법의 대가로 조업정지 행정처분에 부닥친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 철강업계는 불복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국은 해법 마련을 위해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회의를 여는 등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간 드러난 몇 가지 주요 쟁점이 회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블리더로 배출되는 가스 유해한가?
블리더에서 배출되는 가스의 유해성 여부는 환경당국이 밝혀야 할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가스의 오염물질 포함 여부에 따라 당국의 행정조치가 박수를 받을 수도, 혹은 과도한 조치였다는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철강업계는 블리더 개방 시 배출되는 것은 수증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잔류 가스는 2천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할 때 10여일간 배출하는 양에 불과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철강업계의 주장으로, 블리더 배출 가스에 어떤 성분이 포함됐고, 연간 배출되는 양이 얼마인지 공식 검증된 자료는 없다.
환경당국은 배출량 측정에 앞서 가스성분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말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블리더 배출 가스 성분 분석을 위해 드론을 띄워 가스를 포집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포집·분석이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분석이 대기환경보존법상 시행하는 대기오염물질 포집·분석 절차를 따른 게 아니어서 분석 결과를 환경단체와 철강업계 어느 한쪽도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환경 관련 한 공무원은 "드론 활용 분석은 100m가 넘는 높이에 설치돼 있는 블리더의 배출 가스를 포집하기 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적용한 방식"이라며 "그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 수준"이라고 했다.

◆대체 기술 개발할 수 있을까?
철강업계가 내세우는 '블리더에 대기오염 저감장치를 설치할 기술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도 주요 쟁점이다. 정말 기술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넘어 제철소를 아예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정처분 이행 후에도 개선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관할 관청은 2, 3차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3차 행정처분은 영업허가 취소로, 곧 제철소 폐쇄를 의미한다.
일각에서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 역시 과징금 납부 후 시설 개선을 하지 않으면 2, 3차 행정처분을 막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정치권의 법 개정이나 환경당국의 유권 해석 변경 등 특단의 대책 없이는 철강업계가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 빠른 시간 내에 대체 기술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혹은 지자체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서 법정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도박'에 업계의 미래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업정지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어느 정도?
한 번 붙이면 수십년간 꺼지지 않는다는 용광로 불을 일시적으로 껐다가 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행정처분의 목적에 합당한지도 논쟁거리다.
철강업계는 조업정지 기간이 4, 5일을 초과하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 등으로 파손될 수 있다고 본다. 조업정지 10일이 단순 10일간의 공장 가동 중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파손 설비를 고치는 과정을 거쳐 재가동하는 등 정상 조업에 필요한 시간이 3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최장 6개월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업계는 조업정지 후 복구에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약 120만t의 제품 생산량이 줄어 매출 손실이 8천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경제 등에 미칠 연쇄적인 파급 효과도 고려 대상이다. 조업정지 기간 근로자 임금 문제는 물론 중소 협력사 등의 일감도 떨어져 지역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조업정지 조치에 뒤따르는 각종 논쟁거리를 해결할 대책 마련 전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도 한 공무원은 "이미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내린 충남과 달리 아직 사전처분 단계인 경북과 전남은 처분권을 가진 단체장이 해법 마련 때까지 결제를 미루거나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공론화해 수립한 뒤 행정처분에 나서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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