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짝퉁 '컬러풀 대구'라니?" "그것도 대구시가 주최하는 행사에!" 그게 지난 5월 1일이었다. '2019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을 광고하는 신문 지면 한가운데에 색상이 제멋대로 바뀐 '컬러풀 대구' 엉터리 로고 마크가 버젓이 찍혀 있었다. 무심코 신문을 넘기다 뭔가 엉성하고 조악한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
순간, 멍해졌다. 그건 분명 유사 상표와 다를 게 없었다. 의법 처리되어야 할 사안이었고 신고를 할까 하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나 마나 단순 실수였을 텐데 너무 요란을 떠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았고 어차피 또 일어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그 짝퉁을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11일, 그 엉터리 로고 마크가 이번엔 광고가 아니라 뉴스로 등장했다. 「'컬러풀 대구' 디자인 색상 2개만 바꾸기로」라는 헤드라인 아래, 무려 '도시 브랜드 개선안'이라는 신분으로 기존안과 나란히 실렸다. 충격이 지난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지난 5월 함부로 등장했던 그 짝퉁 '컬러풀 대구'는 실수도 착오도 아니었다. 대구시가 작정하고 내놓은 도시 브랜드 '컬러풀 대구'의 리뉴얼 버전이었던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저히 리뉴얼이라 할 수 없는, 단순한 브랜드 사용 규정 위반 행위로 보일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바뀐 도시 브랜드를, 즉 바뀐 대구의 상징을 개정에 관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공표도 없이 세상에 먼저 내놓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건 일종의 불법행위였다. 얼얼한 뒤통수를 만져가며 찾아본 관련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하나, 대구시는 지난 2015년부터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개발하겠다며 3억5천200만원을 썼다. 둘, 그 과정에 5차례의 시민토론회 등을 열었고 170여 개의 안을 도출했으며 '핫플레이스 대구'(Hotplace DAEGU) 등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 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새롭게 제시된 브랜드보다 기존의 '컬러풀 대구'가 훨씬 더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넷, 결국 대구시는 기존의 브랜드 디자인에 일부 색상만 변경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섯, 변경 내용은 5개의 동그라미 중 검정과 분홍을 빨강과 보라로 바꾸는 것이고 그 이유는 빨강과 보라가 열정과 창의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시민과 함께한 개발 과정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는 대구시의 설명과 3억5천만원을 들여 동그라미 색깔 2개를 바꾼 건 예산 낭비라는 일각의 지적을 덧붙였다.
다시 이걸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가운데 있는 까만 동그라미는 그림이 아니라 문자다. 즉 대구시는 동그라미 2개를 바꾼 게 아니라 'Colorful'에서 첫 번째 알파벳 'o'를 없애 버린 것이다. 브랜드는 유기체다. 작은 점 하나, 0.1㎜의 간격에도 존재의 이유와 고유한 기능이 있다.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짝퉁 '컬러풀 대구'는 기존 브랜드를 무지막지하게 부러뜨렸다. 그래서 'Colorful' 대구가 'C'와 'lorful' 대구가 되었다. 중심이 무너진 것이다. 둘, 빨간색 원으로 열정을 표현했다니? 그런 식이면 아마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거의 다 똑같아질 것이다. 셋, 시민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 시민의 기호와 동떨어지게 나온 건 모순이다. 그건 그걸 만든 시민모임이 시민을 대의(代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사실, 브랜드를 비전문가가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게다가 그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적도 없다. 새로운 슬로건을 만드는 시도를 했을 뿐이다. 넷, 성과가 있든 없든 브랜드위원회가 무려 4년 가까이 활동했으니 3억5천만원은 쓸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개발 취지의 순수함도 믿는다. 문제는 이게 통과된 다음이다. 돈을 들여 '컬러풀 대구'를 하나씩 파괴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행될 것이다. 양쪽으로 뚝 부러진 짝퉁 'Colorful DAEGU'가 대구의 상징이 될 판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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