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을 먹는다고 똥개가 아니다.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다.'
문장 하나가 머리를 세게 후려칠 수도 있다는 경험을 살면서 몇 번쯤이나 할까? 가슴이 뜨거웠던 젊은 시절이야 무수했다. 더구나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중후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소신 있는 작가들의 일갈도 많았으니 말이다.
요사이 김훈 작가의 소설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을 다시 읽으면서 새삼 '개만도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미 전작 '칼의 노래'에서 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이순신을 포착해낸 바 있는 작가는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에서도 여지없이 삶의 다양한 질감을 담담하게 성찰해냈다.
수몰 지역에서 태어나 어촌에서 살아가는 수컷 진돗개 '보리'를 통해 본 세상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특히 '보리'가 그려내는 '개'답게 사는 법과 어떤 모습이 인간다움의 모습인지 인지하는 통찰력의 깊이는 대단하다.
사람들이 말하길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사람의 도리를 알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본능에 충실한 짐승들이야 배고프면 먹고 똥이 마려우면 누가 보든 아무 데서나 싼다. 나쁜 것이 아니다. 삶의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 살모사의 생태적 본능을 인간의 시각으로 판단해서 나쁘고 잔인하다고 하는 것도 사실 자연의 이치에는 맞지 않다.
똥개가 똥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똥개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주인집에 침입한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도둑이 들었다는 신호를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 목청이 터지도록 우렁차게 '컹컹' 짖어야 한다. 그리고 으르렁거리며 도둑질을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사람이든 개든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건 분명하다. 정치인들의 막말 릴레이, 종교인의 도를 넘어선 행보,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힘겨루기에 빠진 국회 등등 일련의 일들로 울화가 치밀 때 한 소설가의 빛나는 문장을 만났다. 그 속에 녹여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막혔던 속이 뻥 뚫린다. 제발 인간의 도리와 예의는 지키며 살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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