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콩 민심 폭발 조짐에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 일단 연기

각계각층 저지시위 동참해 입법회 주변 수만 명 집결·봉쇄
7개 대학 학생회 동맹휴업 선언…고교생들도 대거 집회 참가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홍콩 입법회(의회)의 심의가 예정된 12일 이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이 법안 저지를 위해 애드머럴티 지역의 입법회 건물 주위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의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킨 '범죄인 인도 법안'이 12일 의회에서 심의될 예정이었지만, 홍콩 도심에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하면서 일단 연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장 앤드루 렁은 이날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에 이어 61시간의 토론 시간을 갖고 오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에 들어간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이에 범민주파 의원들은 홍콩 정부가 지난 9일 100만 명의 반대 시위로 표출된 민의를 무시하고 법안 심의를 서두르고 있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홍콩 정부는 야당 반대에도 2차 심의를 강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시위가 격화할 양상을 보이자 일단 심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홍콩 정부는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2차 심의 개시가 연기됐으며, 입법회 사무국이 추후 변경된 2차 심의 개시 시간을 의원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한다. 지난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였다.

9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홍콩의 직장인과 학생들, 기업인들은 일과 학업을 멈추고 법안 저지에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총파업과 저지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전날 밤부터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홍콩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으로 몰려든 시위대의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 이미 수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고 상당수가 검은 옷에 하얀 마스크를 쓴 이들은 홍콩 입법회 인근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금속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대규모 시위인 '우산 혁명' 이후 시위대가 도심 도로를 점거한 적은 거의 없어 이번 법안에 대한 시위대의 결연한 반대 의지를 짐작하게 했다.

시위대의 도로 점거로 인해 이 지역의 버스 통행은 전면 중단됐다.

시위대는 입법회와 정부청사로 통하는 연결로를 아예 봉쇄해 사실상 의원들의 입법회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시위대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완차이에서 센트럴까지 홍콩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며, 입법회 진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하철 교통까지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5천 명의 인력을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에 배치해 시위대 통제에 나섰지만, 시위대 규모가 불어나면서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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