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학계열 선호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이과 1등 학생들을 의과대학이 독점하다시피 하지는 않았다. 이과의 수재 학생들이 전자공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이공계 학과들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의학계열로 쏠림현상이 생긴 변곡점은 IMF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IMF를 겪으면서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경험해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의학계열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2000년대 중반 정부가 의학전문대학원 확대를 추진하다가 이후 '의전원'과 의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대부분의 대학이 의대를 선택하면서 의과대학의 학부 선발 인원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의과대학 모집정원은 정원내 기준으로 2016학년도 2천300명에서 현재 고3이 입학하는 2020학년도에는 2천927명으로 크게 늘어서 상위권 학생들의 기대심리를 더욱 높여왔다.
그뿐만 아니라 의과대학과 함께 '의치한수'로 불리는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수의과대학의 인기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들 학과에 진학하면 직업의 안정성과 명예, 부를 같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여기에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것은 현 고1부터 적용되는 약학전문대학원의 약학대학 전환이다.
현재 전국에는 35개의 약학대학이 있고 모집정원은 1천693명이다. 약학대학은 지난 2010년부터 이공계열 등 다른 전공의 학부 2년을 마친 후 편입해 4년을 다니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의 이과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약대가 기능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약대 편입생 중 화학, 생물학과 출신이 62%를 차지했다고 한다. 평균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약학전문대학원 체제는 '편입 낭인'을 양산해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결국 의학전문대학원과 약학전문대학원 체제는 대다수 대학들이 외면하면서 실패했다는 평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의학계열로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현상 그 자체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고, 대학 진학은 전적으로 자유의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위 1% 이내 성적대를 기록하는 인재의 편중 현상이 과연 국가 발전에 바람직한가다. 의대 지망 학생들이 내신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 때문에 교과연계활동까지 무한경쟁하는 시스템이 교육적인 것인지도 의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에서 나눔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의학계열이나 상위권 대학에 가지 않아도 직업만족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달 6월 모의평가 분석결과 응시인원 기준으로 재학생은 5만4천326명이 줄었는데, 재수생은 오히려 2천135명 늘었다. 보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승자 독식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아 재도전하는 비율만 높아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신기훈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전략기획팀장(능인고 진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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