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1일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을 해산해 달라는 국민청원과 관련해 노골적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추경안 미처리' '일하지 않는 국회' '국민 주권 행사'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한국당을 비판할 때 쓰는 논거를 그대로 나열했다. 청와대 참모가 공개적으로 야당 때리기에 나선 전례도 거의 없지만, 국민청원의 장까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강 수석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한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했다. 한국당 해산 청원에 역대 가장 많은 183만 명(민주당 해산 청원 33만 명)이 참여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한다" "민생 입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한 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한국당을 심판해 달라는 요청이다.
12일에는 복기왕 정무비서관이 국민소환제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고 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이 국민청원의 답변을 빌려 야당을 압박하고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 중립, 불편부당을 앞세워야 할 청와대 참모들이 주제넘는 발언을 일삼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청원의 장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참고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위더피플'(We the people)은 청원 조건에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찬반' '연방정부 권한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을 철저하게 금했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이 이런 부작용에 노출될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것은 강 수석처럼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얄팍하고 유치한 술수가 국민청원의 취지와 목적 전체를 훼손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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