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콩 경찰-시위대 충돌로 70여 명 부상…2명은 중상

홍콩 역사상 처음으로 고무탄 사용…물대포·최루탄도 동원
중국 관영언론, 홍콩 시위 '폭력성' 일제히 부각

12일 홍콩 입법회(의회) 건물 주변에서
12일 홍콩 입법회(의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벌인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시위를 경찰이 물대포, 고무탄, 최루탄 등을 동원해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은 시위의 폭력성을 연일 부각하고 외부세력의 선동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에 대한 비난에 나서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보건당국은 전날 발생한 도심 시위로 7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이 7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을 둘러싸고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이 입법회 출입구를 봉쇄한 영향 등으로 당초 예정됐던 법안 2차 심의가 연기됐다.

부상자의 연령은 15세에서 66세까지 다양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시위대이지만,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과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 중에도 부상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한 방송국 차량 운전기사는 시위 현장을 지켜보던 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가슴을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다. 대부분의 부상자는 안정을 되찾았으나, 2명의 남성은 중상을 입어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입법회 건물을 둘러싼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오후 4시 무렵부터 물대포, 최루탄, 고무탄, 최루액(페퍼 스프레이)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홍콩 역사상 시위대 해산에 경찰이 고무탄을 사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은 시위대의 입법회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입법회 건물 내에서 최루가스와 연막탄을 사용했는데 이 또한 홍콩 역사상 처음이다.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은 전날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시위대는 날카로운 금속 막대를 사용하고 벽돌을 경찰에 던졌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은 이번 시위를 '폭력시위'로 규정해 보도하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13일 사평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가 폭력적인 수단으로 보도블록 등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통제력을 잃은 거리 정치는 홍콩을 낙후시키고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에서 일어난 "소란"이 "적"만 기쁘게 할 뿐이라면서 미국을 겨냥했다. 신문은 미국 CNN 방송의 보도를 예로 들어 "강 건너 불 보듯 하면서 악의에 가득 차 홍콩이 죽으라고 저주한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기자 논평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매도했으며 "외부세력의 선동"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반대 분자들이 대중을 홀리며 계속 폭력충돌 행위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폭력이 그들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적지 않은 경찰이 폭력충돌로 다쳤다고 했지만, 시위대의 부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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