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품성·대중성 모두 갖춘 '기생충', 1천만 돌파할까

봉준호 감독 전작 '괴물'보다 빠른 속도로 800만 넘어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시민들이 영화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시민들이 영화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누적 관객 수 651만2천669명으로, 조만간 7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개봉 17일 만에 누적 관객 800만명을 넘어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천만 영화가 될지 주목된다.

개봉 2일째 100만명, 3일째 200만명, 4일째 300만명을 넘으며 흥행가도를 질주한 '기생충'은 최근 경쟁작들이 잇달아 개봉하는 등의 '변수'가 생기면서 1천만명 돌파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 누적 관객 800만명을 돌파함과 동시에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지켜온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엑스맨:다크 피닉스'와 '로켓맨' 등 경쟁작이 부진한 사이 주말에 특히 강세를 보이며 흥행 역주행 중인 '알라딘'이 1위에 올랐다. 실시간 예매율도 '알라딘'이 50%를 넘으며 1위를 기록 중이다.

일일 관객 수도 지난 주말(8∼9일)보다 줄었다. 지난 주말 50만∼60만명을 불러모은 '기생충'은 전날 27만8천991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주 평일 관객 수는 하루 평균 10만명대였다.

앞으로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오는 19일에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 20일에는 '토이 스토리 4'가 개봉한다.

그러나 1천만 돌파가 마냥 비관적이지는 않다.

'기생충'은 이미 '엑스맨'과 '로켓맨', '맨 인 블랙:인터내셔널' 등 경쟁작들이 잇달아 개봉했는데도 지난 14일까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1천만 영화인 '국제시장'(21일), '베테랑'(18일), '광해, 왕이 된 남자'(25일), '변호인'(20일), '해운대'(21일)보다 빠른 속도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1천만 영화이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기도 한 '괴물'(20일)보다도 빠르다.

총 93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는 12일째 600만명, 15일째 700만명, 18일째 800만명을 넘었다. 역시 '기생충'이 더 빠른 속도로 1천만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전히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 속 상징과 은유에 대한 해석이 오가고 있고, N차 관람(다회차 관람)을 하는 관객이 많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장기 상영을 통해 1천만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기준으로 '기생충'의 스크린 수는 1천205개, 상영 점유율은 28.4%, 좌석 점유율은 30.6%였다.

만약 '기생충'이 1천만 관객을 넘는다면 국내에서 25번째 '1천만 클럽'에 가입한다. 단순히 1천만 관객 돌파 이상의 의미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1천만명을 넘은 영화는 '괴물'(2006)이 유일하다. 봉 감독은 두 번째 1천만 영화를 추가하게 된다. 그의 전작인 '옥자'는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관에서 제대로 상영되지 못했다.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이 1천만 관객까지 돌파하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다.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는 작가주의적이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데도 일조한다.

'기생충'이 해외 개봉을 앞둔 만큼 국내에서 1천만명을 돌파한다면 외국 박스오피스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생충'은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중 개봉주 최고 스코어를 세우며 흥행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먼저 개봉한 국가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이후 개봉 국가 성적에 일종의 '척도'로 작용한다"며 "한국과 프랑스에서의 성적이 이후 개봉할 국가에서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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