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을 견디며 출근하니 '어디일까요'라며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비오는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커피 한 잔이 놓여있는 감성 사진이었다. 친구가 딸이랑 둘이 무작정 떠난 첫 여행의 기록물이었다. 전업주부로 '나'보다는 '가정'을 위해 살아 온 친구가 얼마나 행복했을지 느껴졌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지난 주에는 징검다리 연휴에 맞춰 사무처 직원들과 사진작가 두 분과의 번개여행이 이뤄졌다. '어디로'보다는 '누구와'가 더 중요한 조건이라면 감사한 4일간이었다. 서로가 배려해 누구하나 투덜대는 일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곳에서 자고 인증샷을 찍고 알뜰소비라는 위안으로 꽉꽉 가방을 채웠던 나의 여행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지난 달 도용복 오지탐험가의 강연을 들은 이후 여행에 대한 정의를 다시 갖게 됐다. 130여 개국을 다니며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수첩과 카메라, 여벌 옷 하나만으로 단촐한 가방을 꾸린다는 말씀에 뜨끔했었다. 비록 이번에도 큰 가방은 포기하지 못했지만 낯선 길을 걷고 이동하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증명해댔다.
여행은 폐쇄적인 나를 열어 준다. 필자는 겁쟁이 쫄보라 혼자 잘 다니지도 못한다. 게다가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서 왔던 곳도 잘 못 찾는 길치다. 하지만 튼튼한 다리와 구글 지도가 있으니 '까이꺼' 못 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길이 내 길인가. 아니면 돌아가면 된다는 너그러움과 용기도 마법처럼 생겨난다.
잘 짜여진 일정대로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지만 불확실하고 낯선 환경 속에서 점점 적응해 가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더 큰 매력이다. 집 떠나면 고생을 체험하는 게 여행이라지 않았나. 나는 왜 살며 어떻게, 어디로 향해 가는가하는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덤으로.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누워 폰을 보는 걸로 휴식을 취한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며. 대부분은 정작 시간과 돈이 있어도 안 할 확률이 많다. 그때는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며 다른 데 또 돈 쓸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든 국외든, 기간이 길든 짧든지를 떠나서 일단은 떠나보라고 부추기고 싶다.
일찍이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도시를 이동하며 자유를 누리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라는 단어로 신 인류의 출현을 예고했었다. 디지털 노마드는 기존의 유목민처럼 도시를 이동해가며 일과 레저를 함께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행으로 자신을 리셋해 보자. 무릎연골이 다 할 때까지. 나 또한 양 떼 대신 폰을 들고 계속해서 낯선 길을 걸을 참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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