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결혼이민여성에게 감사를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지난 4월 말의 일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결혼이민여성 중의 한 분이 갑작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 아무래도 아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아들의 적성이나 관심 분야를 묻고 학년에 맞는 책들을 소개해 주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있는 동안, 언제나 그렇듯이 밝고 당당한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아 명랑한 기운을 전해준다.

이 사람은 구미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이다. 필자와 함께 베트남 봉사 활동도 여러 차례 갔었고, 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이 베트남의 대학들과 학술교류협정을 맺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더욱이 그녀와 베트남 여행을 가게 되면, 패키지 여행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베트남의 일반 가정집이나 현지인들만 잘 아는 유명한 관광지도 가볼 수 있게 된다. 그녀는 베트남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말 훌륭한 여행 가이드이다.

필자의 대학에도 결혼이민여성이 근무하고 있다. 이 여성은 중국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필자는 2010년 무렵, 이 여성을 대구시교육청의 다문화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처음 만났다. 웬만한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정 업무도 잘하고, 게다가 중국어 통번역에도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캠프나 지원 사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다.

몇 년 전, 중국의 자매대학 행사에 초청을 받았을 때, 이 여성과 함께 가면서 너무나 큰 도움을 받았다. 양 대학 총장 간의 대화를 통역하는 일은 물론, 교통편에 대해서도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하여 우리 일행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작년 말, 필자가 대만 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발표 원고를 중국어로 번역해 주었고, 최근 2년 동안은 주말마다 격주로 진행되는 글로벌 브릿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혼자서 전체 실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우리 지역에는 이러한 결혼이민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필자와 함께 해외 모국봉사활동을 다녔던 많은 결혼이민여성들, 그리고 다문화강사, 이중언어 강사 양성 과정에서 만났던 많은 결혼이민여성들, 글로벌 브릿지 사업이나 여타 각종 자녀교육 사업에서 만났던 결혼이민여성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잊지 않고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은 필자에게 너무나 소중한 이웃이자 언제나 감사를 표해야 할 사람들이다.

사실 필자가 우리 지역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유독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바로 이들이 자신의 삶에 기반을 둔 실질적인 조언과 지원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처음 다문화교육 사업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여느 사람들처럼 다양한 이론 서적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족한 현장 이해의 한계를 느낄 무렵,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연락하여 다문화가정을 위해 진정 필요한 정책이나 사업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이들은 때론 자신들의 정기모임에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때론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에 필요한 인원을 독려하여 결혼이민여성들이 최대한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이들 중에는 유독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있어 필자도, 또 우리 사회도 더 큰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들은 때론 자신들의 정기모임에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때론 지자체 지원 사업에 필요한 인원을 독려하여 결혼이민여성들이 최대한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이들 중에는 유독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있어 필자도, 또 우리 사회도 더 큰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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