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도 밖에 할 것이 없어"…위독한 딸 보며 마지막 희망 놓지 않는 구태극씨

집안덮친 화마로 세모녀 화상, 맏딸은 생명 위독해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은 조은미(50)씨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조씨는 같은 병원 중환사실에 입원중인 맏딸 하경(16)양을 아직 만나지못한 채 걱정과 불안함에 하루하루 초조하기만 하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은 조은미(50)씨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조씨는 같은 병원 중환사실에 입원중인 맏딸 하경(16)양을 아직 만나지못한 채 걱정과 불안함에 하루하루 초조하기만 하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끝까지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구태극(55)씨는 피곤한지 감은 눈을 뜨지 못했다. 그는 꼬박 10일을 밤낮없이 가족을 간호하고 있었다.

지난 7일 발생한 화재는 집을 다 태우고 부인과 두 딸에게 큰 부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첫째 딸 하경(16)이는 제대로 피신하지 못한 탓에 생명이 위독하다.

구 씨는 의식이 없는 딸을 보면서도 기도밖에 할 수 있는 답답함에 가슴이 무너진다. 하경이 치료가 시급하지만 개척교회 목사로 간신히 가정을 이끌어온 구 씨에게는 믿음 말고는 이렇다 할 재산이 없다.

◆냉장고에서부터 시작한 불 순식간에 집안 덮쳐

7일 오전 4시 30분쯤 집 안 냉장고에서 난 불이 벽지로 옮아붙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엄마 조은미(50)씨는 가장 먼저 하경이의 방에 들어갔다. 다행히 아이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을 뜬 상태였다.

엄마는 '불이 났으니 빨리 피신하라'고 외치고서는 끝 방으로 달려가 막내(12)를 깨워 함께 밖으로 나왔다.

불이 옆집으로 번질까 봐 정신없이 이웃들까지 깨운 뒤 화재신고를 하려는 찰나 조 씨는 불현듯 맏딸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 씨는 맨발로 딸을 찾다 '4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병원에 실려갔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당시를 회상하던 조 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제일 먼저 빌라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는데 집안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이웃을 지키려다 정작 큰 딸 하경이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씨와 막내딸은 현재 2도 화상을 입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하경이다. 허벅지, 고관절 골절, 장기파열 때문에 대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신경이 죽어 하반신이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온 몸의 90% 가량에 3도 화상을 입어 상태가 심각하다. 현재는 임시방편으로 괴사한 피부를 덮어놓은 것에 불과해 감염병의 위험도 높다.

유일한 치료방법은 피부조직 배양 후 이식이지만 보험적용이 안 돼 천문학적인 치료비가 든다. 가로2cm, 세로 6cm 배양 피부 한 장 비용이 45만 원. 가슴과 두피 부위 피부 일부분만 남은 하경이에게는 대략 계산해도 2억 원이 넘는 치료비가 필요하다.

◆목회 가운데 생계형 아르바이트. 수술비 마련 막막하기만 해

구 씨는 2009년 1월 대구 동구에 '향기로운 은혜' 교회를 열었다. 개척교회 목사로 목회활동을 한 지 어느덧 10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성인 신자는 9명에 불과하고, 한 신자가 운영하는 카페를 빌려 예배를 볼 정도로 영세한 편이다.

구 씨는 "대부분 개척교회가 3년이면 없어지는 것이 다반사" 라며 "이렇다 할 수입은 없어도 하루하루 목회활동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고 했다.

구 씨는 목회활동 틈틈이 부업으로 생계비를 마련해야 했다. 대리운전 기사, 패스트푸드 음식점 등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가족 생계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었다.

화재 이후 지금까지 구 씨 가족에게 든 병원비만도 2천300여만 원. 문제는 당장 돌아갈 집이 다 타버리고 없는데다, 앞으로도 막대한 치료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군 복무 중인 맏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족의 사연을 올리고 헌혈증과 옷, 생필품 등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있다.

구 씨는 "치료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하경이를 보내면 정말 슬플 것 같아 깊은 절망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여러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주고 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