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이 있으면 산출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이고, 세상살이 이치도 그렇다.
투입과 산출의 결과가 항상 정비례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투입 요소에 걸맞은 산출 결과가 따라줘야 한다.
서론이 길었다. 현 정부 일자리 상황을 말하기 위해서다. 참담하다. 2년간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투입하고도 '아니 퍼부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많던 국민 세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용지표 개선도 없었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가 114만 명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 19년 만이다. 사상 최악의 실업자 수를 기록했다. 애꿎은 혈세만 줄줄 샜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 설치를 홍보한 정부치고는 그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의 일자리가 크게 줄고 정부 주도 재정 투입 성격의 공공일자리만 늘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외쳤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이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혁신 성장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 방안은 여전히 암중모색이다.
청년 실업난도 여전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청년 취업률이 소폭 상승됐다고 하지만 청년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악화됐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 지원과 대학일자리사업을 담당하는 필자로서는 무심히 읽고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었다.
한쪽에서는 청년일자리 지표의 개선과 고용 상황 호전을 말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용 한파를 넘어 고용 참사라는 표현까지 언급하며, 청년 체감실업률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임을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현 상황이 청년이 희망을 말하고 꿈을 꾸고, 펼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아님은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기관에서 청년일자리 정책에 쏟아부은 각종 청년수당과 지원금, 고용 장려금 등의 지원 정책이 과연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까. 국민 세금으로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대중소기업 간 급여 격차를 줄여주는 지원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정책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정책 운용의 묘미가 되어야 한다. 돈으로 만든 인위적인 일자리는 결국 돈 떨어지는 순간 끝이다. 유사한 사례들을 질리도록 봐왔다.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역대 정부가 내놓은 청년일자리 대책들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목표라면 청년일자리 대책만큼은 재탕, 삼탕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일자리, 결국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산업 환경, 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고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좋은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상식이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어떻게든 불행하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톨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다. 세계 각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혈안이다. 일자리 대책, 근본적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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