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도 살찌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2018년 미국 고양이의 6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자료출처: petobesityprevention.org)
2018년 미국 고양이의 6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자료출처: petobesityprevention.org)

길고양이에 비해 집고양이의 비만 경향은 월등히 높다.

살찐 고양이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고양이가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상담 후 식사량을 줄였음에도 고양이 체중은 쉽게 줄지 않는다. 그 이유는 중성화 때문에 고양이 성격이 순해진 탓도 있지만 보호자가 제공하는 사료 열량에 비해 고양이가 활동하며 소모시키는 열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살찐 고양이일수록 수면시간은 길며 움직임이 적어져 식사량의 감량 만으로 체중 감량이 어렵다.

본원에 내원하는 고양이 중 과영양대사라 할 수 있는 고양이는 전체의 70% 정도다. 이 중 비만고양이는 30% 정도다. 열 마리 중 세 마리가 비만인 셈이다.

잘 먹이려는 보호자의 사랑이 고양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집고양이의 2%에서 당뇨병이 발병하며 이는 과영양 공급과 관련이 깊다.

과영양대사와 비만이 고양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사진출처: twocrazycatladies.com)
과영양대사와 비만이 고양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사진출처: twocrazycatladies.com)

몸무게가 6.4kg인 고양이 구름이(4·코리안 숏 헤어)가 내원했다. 최근 살이 빠지고 무기력해졌으며 평상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많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 혈당 수치가 400 이상인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심각한 고혈당이 지속되면 장기가 손상되고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구름이는 입원 후 시간 당 혈당 수치를 체크하며 인슐린 투약량과 하루 사료 급여량을 처방받았다. 보호자가 처방을 잘 따라준 덕분에 4개월 후에는 약물 투약 없이도 건강하게 혈당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양이 당뇨병의 원인은 과영양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사람의 제2형 당뇨병의 발병 기전과 유사하다. 인슐린이 분비됨에도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져 고혈당이 조절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양이 당뇨병은 적절한 인슐린 투약 조절과 식사량 조절을 통해 완치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양이 당뇨병은 무기력, 비만, 식욕증가, 구토, 다음, 다뇨증상을 보인다. (사진출처: www.petcare.com.au)
고양이 당뇨병은 무기력, 비만, 식욕증가, 구토, 다음, 다뇨증상을 보인다. (사진출처: www.petcare.com.au)

고양이 당뇨병의 주 증상은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무기력해지고, 구토, 식욕 부진,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 신부전(Diabetic nephropathy),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 지방간증(Feline hepatic lipidosis), 위장염을 비롯하여 전신 장기에 염증을 초래하는 합병증이 발병할 수도 있다.

고양이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후지 신경병증 Diabetic neuropath (사진 출처 todaysveterinarypractice.com)
고양이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후지 신경병증 Diabetic neuropath (사진 출처 todaysveterinarypractice.com)

고양이 당뇨병은 혈액검사를 통해 Glucose와 fructosamide 수치를 확인해 진단한다. 일차 고혈당이 확인되었다면 12시간 절식 후 재차 내원하여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는 입원하여 시간대별 혈당 수치를 체크하며 인슐린 투약량과 식사량을 결정한다. 가정에서는 정해진 인슐린 약물을 정해진 시간에 투약하고 식사량을 잘 지켜야 한다. 검사를 통해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인슐린 투약량을 줄이며 최종적으로 인슐린을 투약하지 않고서도 혈당이 유지된다면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간식을 주기 보다는 즐겁게 놀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비만과 고양이 당뇨병 예방을 위한 현명한 선택임을 명심하자.

처방식, 식사량 조절, 인슐린 투약은 반드시 수의사의 검진 후 처방을 따라야 한다. (사진출처: www.petcare.com.au)
처방식, 식사량 조절, 인슐린 투약은 반드시 수의사의 검진 후 처방을 따라야 한다. (사진출처: www.petcare.com.au)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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