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간 이어온 통합 논의, 왜 올해 뜨거운가

작년부터 정부지원 크게 줄며 적자폭 커져 운영난 심화

섬유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 구조개혁연대 회원들이 18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섬유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 통합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섬유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 구조개혁연대 회원들이 18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섬유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 통합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섬유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하 전문연) 통합은 2010년대 초부터 줄곧 제기된 문제이다. 전문연 관계자들은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에 따르면 패션연은 올해 4억5천만원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급여 정상 지급이 어렵다는 내부 설명회까지 최근 개최할 만큼 운영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작년부터 섬유패션 활성화사업에 일몰제가 적용되면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정부 연구과제가 줄어든 영향이다.

패션연 관계자는 "대구시, 산업부에 대출과 일시 유동성 자금 지원 등 여러 제안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구조조정,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이 우선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내년에도 1억8천만원가량 적자가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도 절감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운영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대구시에서도 한때 통합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지금은 연구과제 축소, 장비·인력 중복 등을 이유로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업계 의지 없이는 통합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통합 문제는 수년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통합 무산의 이유로 전문연 이사로 있는 일부 지역 섬유 기업인들을 지목하고 있다. 섬유, 패션, 염색 등 업종별로 나눠져 있는 현 상황이 기업인 입장에서는 업계 간 경쟁 없이 지원받을 수 있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그동안 통합 논의가 번번이 무산된 것은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섬유자본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문연 이사 상당수가 지역 섬유기업인들로 구성돼 있어 전문연이 사유화되고 있다. 당장 통합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사들끼리도 견제할 수 있도록 이사회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식 대구시의원(경제환경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은 "섬유가 대구 경제 주역이었던 시절 생긴 전문연이 산업구조가 바뀐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보니 생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전문연에 투입되는 대구시 예산이 적잖은 만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임위에 꾸준히 전문연 통합을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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