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사는 A(32) 씨는 최근 외출할 때면 꼭 얇은 겉옷을 챙긴다. 낮 동안 뙤약볕이 내리쬐다가도 해만 지면 쌀쌀하게까지 느껴지는 날씨에 몇 차례 고역을 치른 뒤 생긴 버릇이다. A씨는 "낮 동안은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다가도 아침저녁으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에 옷차림을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면서 "갑작스레 비가 퍼붓고는 기온이 뚝 떨어져 찬바람까지 불어대니 여름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반짝 무더위가 지속한 이후 다소 어색한 시원한 6월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올 초여름은 덜 더운 것 같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많지만, 과연 올해 6월 대구는 정말 평년보다 덜 더운 걸까?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대구의 일 평균기온은 22℃로 30년 평균값인 22.8도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최근 4년 평균 23.3도보다 1.3도가량 낮은 수치인 것.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덥다고 하기도, 시원하다고 하기도 어려운 딱 평년 수준 날씨"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평년보다 날씨가 시원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잦은 비가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대구경북에는 60.5㎜의 비가 내려 평년 대비 130% 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비가 몰아 내리지 않고 하루씩 간헐적으로 내리면서 공기가 달아오를 만 하면 열을 식혀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기상청은 지난해 여름 내내 대구를 달궜던 '역대급' 폭염과 대비되는 심리적 영향도 있을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대구기상청은 올여름 더위 역시 방심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올여름 역시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평년 이상의 무더위가 예고됐기 때문.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시베리아 찬 공기가 남하하고, 비를 뿌리는 기압골도 통과하면서 올해는 지난해처럼 지속적이고 강한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럼에도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다소 높아 평년보다 높은 기온 분포가 예상되니, 온열질환 등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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