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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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롱 리브 더 킹:목포의 영웅'(감독 강윤성)은 '액션'이 아니라 '멜로/코미디'가 더 적합하다. 강윤성 감독의 전작인 '폭력시대'의 화끈한 액션과 캐릭터들의 쫄깃한 긴장감을 원한 관객이라면 우선 기대를 버리는 것이 좋겠다.

목포의 폭력 조직 두목인 장세출(김래원). 어느 날 철거 용역 현장을 찾는다. 최첨단 상가를 건설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상인들을 처리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재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이끄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만난다. 강단이 넘치는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다.

장세출은 강소현의 바람대로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손을 씻고 새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처럼 건달이었다가 지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황보윤(최무성)을 찾아간다. 천 원짜리 백반 가게를 하며 노인을 돕는 그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건달의 행세를 단 번에 버리기는 너무 힘든 일이다.

강윤성 감독은 2017년 '범죄도시'로 혜성처럼(?) 나타난 감독이다. '범죄도시'는 688만 명 관객을 기록하며 역대 청소년 불가영화 흥행 3위를 기록했다. 1971년 생으로 뒤늦게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그해 각종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다.

'범죄도시'는 괴물형사(마동석)와 하얼빈에서 온 악랄한 깡패 장첸(윤계상)의 대결을 화려한 액션과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연기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깡패와 형사의 대결은 뻔하고 뻔한 구도였지만 강윤성 감독은 실화범죄 액션이란 타이틀을 걸고 시원하면서도 화끈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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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그래서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한 관객들이 많았다.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다. '롱 리브 더 킹'은 웹툰이 원작이고, 여기에 부제로 '목포의 영웅'을 더 붙여 영화로 만들었다.

'목포'와 '건달'만 언급해도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 기대되지만, 영화 절반까지 장세출의 개과천선 코미디가 그려진다. 잘 나가던 나이트클럽도 헐값에 팔고, 건달 동생들이 주방을 차지하고, 간간히 묘한 눈빛을 보내는 소현과 그녀의 자그마한 손끝에도 흔들리는 목포 최고의 주먹. 만화에만 있을 법한(하긴 만화가 원작이네) 알콩 달콩 멜로다.

그리고 영화는 '목포의 영웅'으로 선회한다. 장세출이 버스 추락사고에서 시민을 구하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다. 마침 목포에는 검사 출신으로 썩을 대로 썩은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가 3선에 도전한다. 그의 사주로 황보윤이 칼을 맞으면서 장세출이 총선에 나서게 된다. 장세출의 인기가 치솟자 최만수는 라이벌 조직 보스인 조광춘(진선규)과 손잡고 음모를 꾸민다.

개연성을 얘기하자면 이 설정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웹툰으로는 더한 것이라도 가능하지만, 이것이 영화로 그려질 때 관객의 '공감'을 얻는 노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래원이라는 걸출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배우를 쓰고도 진부한 전개로 일관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좀 더 치열하게 짜 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선거를 소재로 한 숱한 영화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상대 후보와의 신경전, 갑작스런 어머니의 등장과 라이벌 조직 깡패의 간교함, 언론 플레이 등이 예상치를 넘어서지 못한다.

웹툰은 판타지이고 영화는 리얼리티가 생명이다. 얼마 전 개봉된 '다시, 봄'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지만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 차이다. 영화는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실패한다. 판타지 설정에 현실적 리얼리티를 고집하면 짜장도 짬뽕도 아닌 '짜짬'이 된다.

액션과 멜로, 코믹과 감동을 한데 뒤 섞어 놓았으니 죽도, 밥도 아니고 골라 먹는 재미도 아닌, 늦깎이 감독의 습작, 실험작 같아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몇 몇 장면은 뛰어난 긴장과 카메라 워크를 보여줘 감독이 재능이 없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김래원의 연기는 관록이 묻어난다.

영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김래원은 2005년 '미스터 소크라테스', 2006년 '해바라기'에서 돋보이는 순수성으로 조폭 세계의 비열함과 잔혹성을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도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장세출의 선함을 진정성 넘치게 연기한다.

'롱 리브 더 킹:목포의 영웅'은 만수무강하기에는 허술하다. 그러나 맛 보다는 아기자기한 뷔페 한 상을 먹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나쁘지는 않다. 갑자기 등장하는 카메오도 서프라이즈한 맛이다. 필자도 넥스트 디쉬(dish)를 기대하며 견뎠다. 강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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