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한때 1000엔 지폐에 얼굴이 새겨질 만큼 일본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영국 유학을 갔다 온 후 도쿄대학 재직 시 첫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를 발표, 호평을 얻고부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메이지 시대의 대문호로 꼽히며 현재에도 일본의 국민작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 고 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나 특정한 상황에 따라 보고자 하는 방향으로만 볼 수 없게 된다. 그런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에 그런 현실은 일회성이 아니라 자주 나타나서 마음을 다치게 한다. 삶은 그런 안타까움 들의 연속이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게 된다. 그것을 헤쳐 나가는 것, 그것이 곧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에게는 참, 많은 마음이 존재한다. 소설 '마음'에는 부모와 자식의 마음, 존경의 마음, 흠모의 마음, 사랑의 마음, 우정의 마음들이 순차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비춰지고 있다. 그 마음들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내달아 갔다. 소설은 누군가에 대한 존경과 흠모로 시작되어 부모 자식 간, 이성간으로 번져갔다. 친구와의 우정도 아름답게 꽃피웠지만 결국 한 여자로 인해 부딪치게 되고 비극으로 치달았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은 서로 충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한 여자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지켜낸다. 그 여인이 부인이다. 그녀의 삶에 오점하나 찍히지 않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아쉽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을 선택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다 털어놓고 믿음이 가득한 사랑으로 백년해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그럼에도 자기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두 팔 벌려 끌어안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라고 화자(나)는 말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꼬여버린 인생의 굴레와 고뇌 속에서 결국 헤어나지 못하고, 누구를 만나도 자신의 마음 깊은 속에 도사린 외로움이 가시지 않을 거라며, "마음속에서는 밀물과 썰물처럼 차오르고 빠져나가는 감정의 기복이 쉼 없이 반복되었다"(245쪽)고 절규한다.
결국 선생님은 점점 염세주의에 빠져들고, 오랜 세월 기억의 밑바닥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가라앉아 있던 순사(殉死)라는 말을 떠올린다. '내가 순사한다면 그건 메이지 시대의 정신에 따라 죽은 것이다. 메이지 천황이 승하한 때를 같이하여 메이지 정신도 끝이 난 마당에 살아서 뭐하겠느냐'는 생각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수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그에게 진실하게 대한 '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고자 한다.
"자네는 내게 한 점의 거짓도 없었으니까, 진심으로 내 과거로부터 살아있을 교훈을 얻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 인생의 어두운 부분까지 거리낌 없이 자네에게 보여 줄 것이네."(157쪽) 라는 내용이 담긴 두툼한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그가 가진 진실한 마음을 편지에 쏟아놓고… '마음'을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탐구한 소설, '마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그'에게 주고 싶다.
김동읍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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