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중모색(暗中摸索)이다. 자고 나면 말과 입장이 바뀐다. '제철소 용광로 가스배출밸브(블리더)' 얘기다. 말 그대로 '오락가락'의 연속이다.
환경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4월 철강업계의 블리더 개방 관련 회의를 열고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행정처분 의지도 강력해 유권해석 직후 전남도(광양제철소), 충남도(당진제철소), 경북도(포항제철소)는 앞다퉈 조업 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난리가 난 한국철강협회는 이달 6일 '블리더 개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강력 반발하며 처분 철회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지자체들과 다시 회의를 열고 '민관환경전문가 거버넌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자리에서 해당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행정처분을 유보해 달라는 언급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경북도도 16일 '행정처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며 환경부에 힘을 실어줬다.
그랬던 경북도가 이틀 뒤 보도 자료를 내고 '시간을 두고 행정처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요지는 제철소가 용광로(고로) 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용으로 설치해 놓은 블리더를 비상시가 아닌 고로 정비 시 열어 오염물질이 섞인 가스를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저감 장치나 조치 없이 말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정비 중 블리더가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스 대부분이 수증기로 오염물질이 많지도 않고, 이를 저감할 장치나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본으로 돌아가 쟁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로 정비를 꼭 해야 하느냐'다. 안 해도 되는 데도 정비를 이유로 오염물질이 든 가스를 배출했다면 환경 사범이다.
그런데 고로 정비를 반드시 해야 하고, 폭발 가능성이 있어 블리더를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비상시로 볼 수 있다.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데이터로 확인부터 해야 한다. 업계의 말대로 대부분이 수증기요, 크게 문제될 오염물질이 없다면 호들갑을 떤 것이다.
만약 조업 정지 처분을 내릴 정도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면 왜 50년 동안 알고도 묵인했는지 정부와 지자체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확인 결과 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 처분을 내려야 한다.
이왕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면 업계에 오염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와 기술을 개발할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 굳이 이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젠 조업 정지 처분이라는 태산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고로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여과·저감 장치나 기술을 개발해 낼 수도 있고 수출도 가능하다. 정부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좋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이다. 최상의 해법과 결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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