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빛이 드리운 들녘에 개망초 흰 꽃 무리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나무와 풀들은 무성하고 뿌리는 깊어진다. 아침에 밭에 나가 호미를 들고 풀을 뽑으며 하늘을 올려본다. 흰 구름이 푸른 하늘을 유유히 흘러간다. 흙을 만지며 밭을 정리한다.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를 뜯어 상에 올린다. 식자재가 오염에서 벗어나니 먹거리가 맑다. 몸도 맑아진다. 농부들은 모심기를 마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성장과 결실을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한 해 중 해가 가장 긴 하지가 지나면 감자를 캐고 수확의 기쁨을 얻는다. 스스로 모종하고 김을 매고 거두는 결실에 만족과 기쁨이 넘친다.
만족과 기쁨이 어디 농사뿐이겠는가? 생활과 사회 전반으로 그 행위가 연결되는 것이기에 농자는 그 이치를 공유하라고 한다.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지 않는가? 농사에도 농부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하늘의 도리와 땅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밭농사, 논농사도 이러한데 자식농사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모들도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
출가자들이 스승으로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일은 섬돌 위에 가지런히 신발 벗는 일이다. 그 무엇을 가지런히 하려면 마음이 들떠서는 해낼 수 없다. 마음을 모으고 의식이 행위를 따라가야 한다. 벗어놓고 뒤를 돌아보며 확인한 다음에 안으로 들어간다. 수백 명이 모여 생활하는 큰 절에는 신발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반듯하고 가지런하다.
신발을 벗을 때 제 자리에 놓았는지, 나갈 때 바로 신을 수 있게 놓았는지 살피는 것이 수행 규칙의 하나다. 반듯하게 신발을 벗는 마음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곳곳으로 연결된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곳으로, 직장과 거친 삶의 일터로, 모두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사회로 연결되기에 하나에서 전체를 본다. 도둑도 남의 집에 들어설 때 신발을 먼저 본다는 말이 있다. 신발이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으면 그냥 간다고 한다. 다실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하면 상품 차를 대접 받는다.
"발밑을 잘 살펴라." 조고각하(照顧脚下)는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선화(禪話)에 나오는 화두(話頭)다. 훌륭한 삶의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자리를 알아가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이웃에게 끝없이 베푸는 자비의 실천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지금 네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잘 살피고 통찰하라는 뜻이다. 탐욕이 분노로 분노가 어리석음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삶의 과정이나 사업의 길은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주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상황을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들의 가장 주요한 덕목이다. 발밑의 문제는 본원적 출발점이면서 해결책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운영자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국가 위상은 떨어지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언제까지 적폐몰이만 할 것인가?
6·25전쟁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거룩한 호국 영령들 앞에서 김원봉을 추어올려 갈등을 부추긴다. 국론 분열과 이념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매번 허둥대는 문재인 정부에 자신의 발밑이 만신창이가 된 국내 상황을 먼저 점검해 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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