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한 가지 취미 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자.' 주말 독서모임 교수님이 세운 삶의 목표였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서예를 시작했고, 가을 전시회에 낼 작품 작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취미를 1년 이상 계속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습관이 되도록 한동안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듯한 생활을 묵묵히 이어가는 사람, 쳇바퀴를 돌리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사람이 존경스럽습니다. 매일 시계처럼 똑같은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 우리에겐 더 작고 작은 세계가 필요하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버스 운전사의 이야깁니다. 그는 매일 시를 씁니다. 모두 단조로운 생활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영감은 왜 비일상적인 것에서만 온다고 믿는 걸까요? 어쩌면 더 넓게 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보는 게 중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집에서 지브리 스튜디오까지 매일같이 왕복하며, 그 안에서 보는 세계가 자신이 아는 전부라고 했습니다. 그 익숙한 세계가 창작의 원천, 바로 이야기 아카이브입니다.
'아카이브(archive)'는 본래 역사적 또는 장기적으로 보존할 가치를 지는 문서들의 수집이나 그런 문서들을 보관하는 장소, 시설 등을 뜻합니다. 내 몸이 담겨 있는 공간,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에서 하루 하루를 잘 살아나가는 것 또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요리 연구가인 와타나베 유코는 생활에 관한 글을 씁니다. 매일을 살아가며 놓치기 쉬운, 작은 것을 향한 관심과 정성이 담긴 글이지요. '집의 즐거움'은 내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본인이 체득한 생활의 즐거움과 일상 속에서 여유를 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노하우가 가득합니다. 소소하지만 시시하지 않게 주방도구 수납법, 식재료 활용법 등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 삶은 나 하나만이 아니라 수많은 것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그러니 내 힘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건 어쩌면 순진한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는 일단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집의 즐거움'과 같은 책을 읽을 때는 그 믿음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걸까요?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몸과 머리로 느껴야 합니다. 우리가 점유한 작은 곳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니까요.

◆ 마음의 우물을 가꾸는 아이로 키우자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문학 영재'로 소개된 정여민 군의 책입니다. 수록된 43편의 시 속에는 가족애와 자연의 아름다움, 삶을 향한 밝은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동명의 수필은 열두 살 소년이 쓴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심리 묘사가 섬세합니다. 암 진단을 받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향한,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녹아 있지요.
하루에 버스가 세 번만 다니는 산골 마을, 눈 밝고 부지런한 어린 관찰자에게는 모든 것이 시가 됩니다. 바람, 별, 나무, 강아지가 시가 됩니다. 파란대문의 빈집도, 시장에 다녀오시는 이웃집 할머니의 치맛자락도 시가 됩니다. 그의 시 속에서는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사람과 자연이 반갑게 인사하며 친구가 됩니다.
소년은 가족과 자연의 품에서 단단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그의 시와 글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위안을 줍니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그를 말없이 품어 줍니다. 그리고 자연의 순리대로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담담히 이겨내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를 알려 줍니다.
일상 속에서 자기 마음을 열심히 들여다본 경험을 단순하고 순수한 단어에 싣는 순간, 시가 됩니다. 마음의 우물 들여다보기,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경험일 것입니다.
자기 세계와의 산책은 왜 필요할까요?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과 속도로 걸어갈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삶은 풍요롭고 단단해집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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