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18. 도시텃밭은 가장 성능 좋은 냉장고

도시 텃밭은 이웃을 연결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보살피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선하고 건강한 야채를 제공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냉장고'라고 할 수 있다. 성능 좋은 냉장시설을 갖추고 유통하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텃밭에서 갓 뽑아낸 야채의 신선함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하물며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 집 냉장고에서 며칠 묵은 야채라면 말할 것도 없다.

◇ 옥수수 시차 두고 파종, 맛있게 먹자

'옥수수는 냄비에 물을 얹어놓고 수확한다.'는 말이 있다. 수확하는 순간부터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에서 가까운 텃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면 가장 맛이 좋을 때 옥수수를 먹을 수 있다.

15일 간격으로 텃밭에 파종한 옥수수. 순차적으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15일 간격으로 텃밭에 파종한 옥수수. 순차적으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옥수수는 적당한 수확기간이 매우 좁다. 조금 이르면 걸쭉한 액체에 가까워 먹지 못하고, 며칠만 수확이 늦으면 열매가 단단해지고, 수분이 적어 맛이 떨어진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수확해서, 곧바로 쪄먹어야 가장 맛이 좋다. 제 때 수확했더라도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옥수수는 맛이 떨어진다.

텃밭농부는 옥수수를 수확과 동시에 쪄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월 중순부터 10일, 15일 혹은 20일 간격을 두고 옥수수를 7,8회 파종, 7월부터 9월까지 먼저 익는 것부터 차례차례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다. 판매수익을 목표로 하는 전업농부들은 한꺼번에 파종하고 한꺼번에 수확해야 노동 효율이 높지만,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 텃밭농부들은 간격을 멀찍이 두고 파종하고 수확할 수 있다.

(※주의점=파종 시차를 두기 위해 달랑 한두포기씩 파종할 경우 수분이 잘 안되어 이가 빠진 옥수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시차를 두고 파종하더라도 한번에 열 개 이상 파종해 옥수수가 군락을 이루어 자랄 수 있도록 해야 수분이 잘 된다.)

◇ 손가락만큼 굵은 줄기에서 따낸 상추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구입하는 상추는 별맛이 없다. 물맛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느리게, 늦게까지 기른 상추잎을 떼면 흰 진액이 뚝뚝 떨어질 듯 많이 나온다.
느리게, 늦게까지 기른 상추잎을 떼면 흰 진액이 뚝뚝 떨어질 듯 많이 나온다.

상추는 맛이 쓴 채소다. 그럼에도 물맛이 나는 것은 물과 비료를 듬뿍 주어서 아주 빠르게 키워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배하고 수확한 상추 잎은 힘이 없어 물에 넣고 휘휘 저어 씻기라도 하면 잎이 갈가리 찢어지거나 짓물러지기 십상이다. 빨리, 많이 생산해야 하는 전업농부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텃밭에서 느리게 재배한 상추는 쓴맛이 강하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상추보다 훨씬 질기다.

상추를 많이 먹으면 졸음이 온다. '이는 상추 줄기 속에 들어 있는 우윳빛 유액인 락투카리움(Lactucarium) 때문이다. 락투카리움은 강한 쓴맛이 나며 신경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숙면, 두통 해소에 도움이 된다.' -두산백과-

시중에서 판매하는 상추는 웬만큼 많이 먹어도 졸음이 오지 않는다. 빨리 키워 락투카리움이 적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느리게 키운 상추잎을 따면 이 우윳빛 진액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속성으로 키운 상처는 잎 단면을 꾹 눌러도 흰 유액이 살짝 비칠 뿐이다.

◇ 붉게 익은 토마토를 11월에도 맛본다

우리나라는 하지(夏至; 올해는 6월 22일)가 지나면서 해가 짧아지기 시작한다. 9월에 접어들면 일조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7,8월에는 짧은 기간 안에 붉게 익던 토마토도 9월에 접어들면 익는데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전업농부들은 9월이면 밭에 심어둔 토마토를 뽑아내고 가을작물을 재배한다. 단위시간과 면적당 생산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완연한 가을인 10월 30일에 수확한 방울 토마토.
완연한 가을인 10월 30일에 수확한 방울 토마토.

하지만 생산과 판매가 목적이 아닌 텃밭농부들은 10월말, 11월초까지도 싱싱한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 여름에 파종한 김장용 가을무가 어른 손목만큼 굵어질 때까지(10월 말)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 비록 양은 적지만 서너 포기면 한 가족이 먹을 만큼은 된다.

늦가을과 겨울에도 마트에는 토마토가 넘친다. 이렇게 토마토를 재배, 출하하기 위해 전업농부들은 보온 및 가온시설을 설치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과 비용상승이 따른다. 노지 텃밭에서 토마토를 길러 먹기만 해도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 된다. 텃밭농사는 그야말로 채소를 가장 맛있게, 신선하게, 영양가 높게, 가장 친환경적으로, 오래 먹는 비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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