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이 '대기 귀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런 군에 국방을 맡길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어선은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직선거리로 130㎞ 떨어진 삼척 앞바다까지 왔지만, 군과 해경의 해상·해안 경계망은 '먹통'이었다. 명백한 '경계 실패'다. 전시(戰時)였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지 오싹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군 당국이 '대기 귀순'이란 진실을 덮으려 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당초 '엔진 고장에 의한 표류'라고 했으나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북한 어선이 동해상에 대기 중일 때 해류는 남에서 북으로 흘렀다. 국립해양원에 따르면 지난 14, 15일 동해 해류는 강원도 삼척과 고성을 거쳐 북한 원산까지 북상한 뒤 먼바다로 우회해 독도를 거쳐 일본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어선이 표류 중이었다면 남측으로 내려올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접안하고 하선까지 했다는 사실도 감췄다. 현재 강원도 동해 1함대 사령부에 보관 중인 북한 어선을 통일부가 당초 선장의 동의하에 조기 폐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진실 은폐 시도라는 의심을 벗지 못한다. 모두 북한 어선이 자체 동력으로 남하해 유유히 삼척항으로 들어왔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무능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군의 기강 해이를 압축해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휘 단계별 상황 보고와 대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공언했지만 정작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번 사태에 국방부 장관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해도 지휘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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