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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진화와 퇴화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몇 주 전 '지금의 이유와 의미' 라는 제목의 원고에 '생각이 방향이 되고 방향대로 생각한다' 는 글귀를 적었었다. 아이와 가정에 집중하며 환경을 바꾸고자 마음먹었고 그렇게 변화하는 시기를 겪으며 주된 관심이나 일상,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 대부분 역시 그 환경에 맞추어 지는 것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는다. 여유도 있어지고 아이가 차차 커나가면서 필요할 것들에 대해 찾아보고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한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렇게 늘어가는 새로운 스킬만큼 어쩐 일인지 무대에 대한 용기는 줄어들고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공연과 복귀를 신경 쓸 여유가 많지 않음을 느낀다. 그렇게 어느 한 부분은 진해지고 다른 부분은 옅어지고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끼며 씁쓸함이 밀려오다가 아이의 웃음 한번에 싹 하고 사라지고 만다.

나의 이런 마음을 읽은 지인이 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람이 자주 쓰는 근육이 발달하고 쓰지 않는 부위가 둔화하듯이 감정이나 사고방식도 그런 류의 진화와 퇴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계속해서 자주 사용하고 진화시켜야 할 마음가짐이나 감정은 어떤 것 이여야 하며 퇴화되어야 할 감정 같은 것은 어떤 것 이여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억지로라도 건강한 마음의 근육을 움직여 보자.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인 진화와 뒤로 물러선다는 의미인 퇴화의 공통된 점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지인의 이야기 속 진화와 퇴화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었다. 몸의 저항을 활용한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듯 의도치 않게 옅어져가는 마음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바라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며 마음먹을 수 있도록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자는 것이다.

나에게 퇴화가 필요한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위축되고 조급한 마음, 확신 없는 마음. 이따금 나를 흔드는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퇴화를 위한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인지하는 것, 알고 있기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진화는 도전이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낮선 환경을 만날 일도 적어질 것이고 낮선 환경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발전의 기회와 변화의 계기를 만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나에게 육아뿐만 아니라 글쓰기는 도전을 요하는 새로운 환경과 같았다. 주제를 정하게 위해 매사에 매모하고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글을 다듬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껏 미처 보지 못했던 남다른 시각 갖기, 보다 깊은 사고하기를 실천하기도 한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진화와 퇴화를 인지하고 잃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라지는 것에는 응원과 단련을, 반대의 것에는 잘 정돈하여 두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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