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남북통일이 된 거나 진배없다. 그게 아니면 자유 왕래 정도는 실현된 것이다. 적어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말이다. 남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으니 하는 얘기다. '제집 드나들 듯'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지 싶다. "내레 북에서 왔수다. 서울에 있는 이모하고 통화하고 싶으니 손전화 좀 빌려주시라요."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선박을 처음 발견한 것은 주민들이었다. 그들 사이의 대화가 이랬을까. 사진을 보면 출동한 경찰도 북한 주민들과 한가로이 대화하고 있다. 국정원은 2명이 돌아가겠다고 하자 즉시 보내 주고 2명만 남았다고 한다. 이게 자유 왕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엔 '목선 귀순'이라 해야 하나. 이른바 '노크 귀순'에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어이가 없는 사건이다. 이른바 '물샐 틈 없는' 경계망은 해상과 해안선에도 펼쳐져 있다. 고속정, 초계정 등과 해상초계기, 해군과 육군의 감시 레이더, 해안 경계 부대와 해경의 감시망까지. 그런데 알고 보니 구멍 뚫린 그물망이 아닌가. 출발부터 도착까지 우리의 어떤 감시망에도 북한 선박은 포착되지 않았다. 새벽에 항구로 유유히 들어오는 동안에도 아무런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백번 양보하여 통통배 수준의 작은 선박까지 식별하고 적발하는 것을 군의 임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자. 우리 어선들과 확연히 다른 북한 배가 유유히 항구에 들어오는 데도 적발 못한 책임은 군보다는 해경이나 해양수산부가 져야 한다. 그럼에도 왜 모든 질책을 군이 받고 있는 걸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함으로써 군 스스로 자초한 수난이라고 해야 한다.
군의 처음 브리핑에 따르면 짐짓 별것 아닌 사건이었다.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하던 북한 선박을 우리 군이 발견하여 항구로 예인하였다는 식의 미담(?)이었다. 표류 중이었으니 선원들은 당연히 돌려보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부가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말에 약간 의아했을 뿐이다. 군이 아닌 주민 신고가 있었고 배는 이미 삼척항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변명은 또 다른 변명을 낳고 군이 뭇매를 맞는 상황이 되었다.
군은 '경계 실패' 논란에 대해 파고가 높아서 작은 배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당일 평균 파고는 0.2m 내외에 불과했다는 지적에 거짓말이었음이 당장 드러났다. 장비가 좋지 않다는 말이 왜 안 나오나 했지만 여러 변명 끝에 결국 나왔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이 있을 때마다 장비 탓으로 돌리며 막대한 세금을 들여 각종 장비를 보강한 바 있다. 허위 브리핑을 한 국방부를 감싸는 청와대의 변명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해경보고서를 보지 못해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등 안보 관련 기관들과 모두 공유한 보고서를 국방부만 보지 못했다? 정부 부처 간 협조가 그만큼 허술함을 자인한 발언에 다름 아니다. 아직은 전가의 보도인 전 정권 탓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가장 책임을 통감해야 할 국방부 장관은 '문책'만을 강조한 사과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해도 무탈한 법무부 장관에게서 영감을 받았나 싶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사과를 했다던가. 국정원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사진을 보면 북한 주민들은 깨끗한 차림이다. 며칠 동안 바다를 헤맨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말만 듣고 두 사람을 신속하게 돌려보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군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경계 실패보다 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국민에 대한 허위 보고이다. 국민에 대한 허위 보고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총체적으로 나사가 풀린 정부의 기강 해이다. 이제는 북한이라면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인가. 정부에 묻고 싶고 대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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