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322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를 21년 만에 붙잡은 것은 한국 검찰을 비롯한 5개국 관련 당국 간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에 따르면 에콰도르 내무부는 지난 18일 정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최종 목적지로 삼아 파나마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한국 검찰에 통보했다. 정씨가 탑승한 파나마행 비행기가 이륙하기 1시간 전이었다.
정씨의 출국사실을 통보받은 검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에 연락해 HSI 파나마지부를 통해 파나마 이민청에 정씨의 수배사실을 통보했다. 이를 토대로 파나마 이민청은 18일 파나마 공항에 도착한 정씨를 입국 거부한 뒤 공항 내 보호소에 구금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루시아석유 주식 매각자금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같은 혐의로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그해 7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다.
정씨를 송환한 검찰은 과거 발부된 구속영장을 곧바로 집행해 정씨를 구금한 뒤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정씨 조사를 통해서 해외로 도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생사여부와 소재지 등도 파악 중이다. 정 전 회장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뒤 달아났다.
정 전 회장은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 일부를 영동대 학생 숙소로 임대하는 허위 계약을 맺고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72억원을 받아 횡령하는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았지만 2007년 도피한 뒤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는 1991년 12월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에서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뿌린 혐의(뇌물공여 등)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995년 특별사면된 바 있다. 1997년 한보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말 다시 특별사면돼 '사면 재수생'이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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