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시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선정 관련 문제를 취재하면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과 대구시 감사 결과 등을 살펴봤다.
자세히 들여다본 위탁관리업체 시장은 매우 혼탁했다. 청소나 경비 용역을 직영하는 조건으로 응찰한 후 해당 업무에 별도 수수료를 받는 이중계약을 맺거나 아파트 단지에 시설물이나 기금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따내는 사례가 흔했다. 모두 형식적으로만 입찰의 형태를 갖췄을 뿐 사실상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한 집행을 방해하는 수의계약이다. 10원 차이에도 당락이 갈리는 위탁관리업체 입찰에서 낙찰 이후 계약금액을 별도로 합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추후 협의해 이익을 보전받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계약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는 낙찰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이처럼 불투명한 업체 선정은 결국 입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달성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위탁관리업체가 수천만원 상당의 청소 차량을 제공하는 조건을 걸었지만, 매월 부품비나 소모품비 등의 명목으로 20만~3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 아파트의 용역단가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비교해 보니 인근 아파트단지에 비해 ㎡당 100원 정도의 관리비가 더 부과되고 있었다. 가구당 매달 1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더 내는 셈이었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들의 무성의한 대응이었다. 대구시는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현재 대구에서 횡행하는 계약 방식을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대구시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대구시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창원시 성산구의 경우 지난해 3월 크리스마스 행사비와 플래카드 설치비 등 상대적으로 소액의 금품 제공을 약정한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 고발했다.
정말 제도적으로 미비해 제재가 어렵다면 대구시는 각 입주자대표회의에 입찰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할 것을 '권고'라도 했어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입주민들에게 불투명한 업체 선정 방식의 문제점을 알려주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문제가 불거지고도 입주자대표회의와 접촉해 해결책을 찾으려 시늉이라도 한 행정기관은 일부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감시해야 할 입주민들이 "권리 위에 잠자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에서 바삐 움직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련 계약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뿐더러 비전문가의 눈으로 문제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제도에 대해 잘 알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업계에서는 관리감독 당국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사가 보도된 후 일부 업체들은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 계약서를 교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대구시가 시민들의 고충을 의식해야 할 때다.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아니라 눈 가린 심판이 문제라는 얘기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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