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승객 불안감 덜기 위해 시작한 꽃택시, "승객들 꽃길만 걸으시길"

SNS 등에 ‘대구 꽃택시’ 유명세, 먼저 알아보는 손님들까지 있어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구 꽃택시' 기사 오정환 씨는 "여성 승객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꽃택시를 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늦은 심야에 혼자 택시를 타는 여성들은 보통 차 번호를 찍거나 내릴 때까지 지인에게 통화하는 등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여성들이 좀 더 편안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꽃과 LED 조명으로 택시 안을 꾸몄습니다."

6일 중구 반월당에서 '대구 꽃택시' 문을 열자 은은한 꽃향기 속에 자동차 천정을 가득 채운 꽃과 LED 조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내 운전기사 오정환(51) 씨가 환한 미소로 맞았다. 조형꽃으로 차량 내부를 가득 꾸민 이 택시는 최근 SNS 등을 통해 '이색 택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구 꽃택시'다.

오 씨는 "꽃택시를 타고 SNS에서 봤다며 신기하다는 듯이 사진을 찍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음에 또 이용하고 싶다며 명함을 받아가는 손님부터, 직접 전화를 통해 택시 이용을 문의하는 손님이 매일 서너 명은 된다"고 했다.

그는 4년여 전 불경기 탓에 본업이던 철거·고철수집일을 접고 택시업에 뛰어들었다. "택시 운전대를 잡고 한 달여 간 운행해보니 밤에 혼자 타는 여성들이 유독 불안해했어요. 그러다 택시 내부를 꽃으로 가득 채워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오 씨는 "전기관련 기술도 갖고 있어 모든 작업을 직접 할 수 있었다"며 "승객 중에는 혹시 꽃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어 생화(生花) 대신 조화(造花)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꽃택시를 탄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불안해하던 여성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도 뜻밖의 이벤트를 선물 받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오 씨는 "특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위해 대구공항으로 가는 길에 꽃택시를 탄 신혼부부가 마치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웨딩카를 타는 느낌이라며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또 "결혼 20주년을 맞이해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부가 탄 적도 있었는데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를 선물 받은 것 같아 의미가 컸다'며 고마움을 전해 보람을 느꼈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구 꽃택시' 기사 오정환 씨는 "여성 승객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꽃택시를 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물론 평가가 좋은 손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한 진상 승객이 꽃을 잡아 뜯거나 괜한 시비를 걸어오는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오 씨는 "6개월마다 한 번씩 꽃장식을 새롭게 바꾼다"며 "지친 일상 속에 꽃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잠깐이나마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앞으로도 꽃향기와 즐거움을 승객에게 전하기 위해 계속 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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