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지난주 방과 후 귀가하던 아이가 넘어져 무릎, 얼굴 등을 다쳤지만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대구 북구 산격동 집 근처 동네병원에선 진료를 마감했고, 다급한 마음에 대학병원 응급실로 아이를 데려갔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여파로 인해 진료시간을 단축하는 동네 병·의원들이 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야간 연장진료를 하며 경쟁을 벌이던 대구 개원가에서 평일 중 하루는 아예 병원 문을 닫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까지 더해져 '동네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개원의사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진료시간을 단축했다'는 병·의원이 50.8%였고, '진료시간 단축을 검토 중'이라는 곳도 32.8%에 달했다. 반면 '진료시간 단축 계획이 없다'는 곳은 16.3%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주당 평균 진료시간은 45.7시간이었고, 단축한 진료시간은 주당 5.2시간으로 나타났다.
수성구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개원 15년동안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오후 7~8시까지 진료실을 열어 놨지만, 인건비 부담에 지난 5월부터 6시로 앞당겼다"고 털어놨다.
중구의 정형외과 원장은 "진료시간 단축은 최근 개원가의 뚜렷한 현상으로 앞으로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주 40시간 진료 병원도 많아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네 병·의원의 진료시간 단축은 의료 서비스 이용 제한이라는 불편과 연결된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동네병원 공백'이 장기적으로 확산된다면 시민들의 건강 추구권 위축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앞으로 진료시간 단축 현상이 가시화됨에 따라 불편을 최소화하는 시민사회의 접점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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